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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위조…은행서 500억대 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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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기업어음(CP)을 위조해 500억원대를 굴린 '간 큰' 30대 회사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부경찰서는 1일 540억원어치 가짜 기업어음을 만들어 이를 은행 에서 현금 등으로 바꿔 사용한 혐의(유가증권 위조 등)로 K도시가스 자금 담당 대리 권모(34)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세차례에 걸쳐 K도시가스 명의의 기업어음 6장을 위조했다. 이 회사 자금 담당이었던 권씨는 회사 어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용지와 도장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 2월께 가짜 어음 2장(액면 합계 120억원)을 만들어 은행에서 5%대의 할인율을 적용해 100억원대의 수표로 만들었다. 권씨는 이 돈을 해외 선물 투자에 쏟아 부었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는 선물에 투자해 이익을 챙긴 뒤 회사에 되갚을 생각이었으나 손해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권씨는 어음의 만기가 돌아오자 이를 막기 위해 추가로 20억~200억원짜리 기업어음 4장을 추가로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어음의 액면가가 540억원에 이르게 됐고, 지난달 말 회사와 은행 측에 범행이 들통났다.

권씨는 회사 측의 고소로 1일 새벽 친구의 집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권씨에 대해 2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권씨가 가짜 어음을 할인받는 과정에서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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