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기업형 수퍼, 정부는 고민 … 업체는 “개점 날짜 당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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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업형 수퍼마켓(SSM) 이슈가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중소 상인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고, 여기에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형 마트들은 SSM 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상인들이 SSM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을 신청한 지역은 28일 현재 11곳으로 늘었다. 기존 인천·청주·안양 외에 경남 김해시 외동·경남 마산시 중앙동·서울 송파구 가락동 등도 추가로 최근 사업조정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이 중 가락동 한 곳은 롯데슈퍼, 나머지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대상이다. 27일엔 중소기업청이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개점할 예정이었던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대해 처음으로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중기청은 중앙회에서 서류가 넘어오는 대로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기청 박치형 대변인은 “SSM을 개점하기 전에 중소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중기청 권고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권고를 존중해 갈산점에 대해 개점을 보류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중기청의 통보가 오는 대로 개점 연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SSM 출점을 제한하는 입법 개정안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나라당은 SSM이 새로 생길 때 지역 실정에 맞춰 ‘지역사업 협력계획’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내서 지자체와 협의한 뒤 승인을 얻는 방향으로 유통산업 발전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역사업 협력 계획에는 영업시간 제한, 지역 특산품목 유통, 특정 품목 제한 같은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가 구체적인 규제안을 지자체에 위임키로 한 것은 이런 규정을 입법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길 가능성이 크고 현실적으로 일률적 제한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9월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지자체 조례 제정 일정 등을 감안, 내년 1월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규제 입법이 가시화하자 일부 기업형 수퍼마켓은 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자체에 규제 권한이 넘어가면 SSM 출점이 어려울 것이 분명하니 그 전에 부지런히 개점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28일 서울 미아동에 이마트에브리데이 미아점을 열었다. 또 이번 주 중 쌍문점도 예정대로 개장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말 첫 SSM인 상도점을 연 데 이어 한 달 새 8개의 SSM을 만들었다. 이마트는 지금까지 개장한 점포들의 경우 주변 수퍼마켓들의 반발이 없어 예정대로 개점했다고 밝혔다. 롯데슈퍼는 21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녹양점을 개장한 데 이어 한때 개점을 보류했던 염창점과 신정점, 상계7동점을 24일과 25일 잇따라 여는 등 이달 들어 7개 점포를 개설했다. 그러나 광주 수완점과 상계2동점은 중소 상인의 반발로 개점을 보류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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