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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비리 139명 적발…84명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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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검찰청은 지난 3개월간 법조계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 변호사 13명(구속기소 3명)을 비롯해 변호사 사무장과 사건브로커 등 모두 139명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이 중 84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9명의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 중에는 고검장이나 부장판사를 지낸 인사도 포함됐다.

◇고질적인 법조비리=정모(구속기소) 변호사는 지난해 초 손해사정인 자격증을 가진 김모씨를 사무장으로 고용했다. 김씨가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많이 다뤄본 데다 사건을 가져오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당 수임료의 20~30%를 알선료조로 주기로 약속했고 모두 8200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변호사는 또 지난해 7월 수배 중인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판.검사들에 대한 교제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군법무관 출신 이모 변호사는 2002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경매 전문 브로커들에게 39차례에 걸쳐 변호사 자격증을 빌려주는 대가로 모두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매 대행 업무를 하기 위해 변호사 자격증이 필요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변호사 중 판.검사 출신과 연수원 출신은 각각 5명이며, 군법무관 출신은 2명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변호사들은 개업 뒤에는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는 등 '법률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노린 사무장과 결탁=갓 개업한 변호사들이 비리 사건에 휘말리는 이유는 전문적으로 이들 변호사만을 상대하는 '사건 브로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구속된 김모씨의 경우 새로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만 찾아다니며 사건을 집중적으로 알선해 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전관예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변호사와 공생관계를 맺을 경우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갓 개업한 3명의 변호사에게서 알선료조로 모두 1억22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수천만원의 알선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모씨의 경우 법조인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정보를 미리 입력해둔 뒤 의뢰인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여전한 제 식구 감싸기=법원은 최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알선료 제공 혐의로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구인 상태의 피의자를 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이 일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청구한 계좌추적 압수수색 영장 2건을 기각하기도 했다.

검찰도 고검장 출신 변호사가 2명의 사무장에게서 2건의 사건을 소개받은 뒤 이들에게 알선료를 준 사실을 적발했지만 단속기준(1000만원 이상일 경우 형사입건)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모두 불구속기소됐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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