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화제]심호택 세번째 시집 '미주리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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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훠이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사소함을 부여 잡는 일. 슬금슬금 스쳐가는 '일상성' 을 놓치고 사는 아둔함이란. "이제는 우리집을/집구석이라고 부르지 말자/다시는 우리 애들을/새끼들이라고 부르지 말자/대가리, 주둥이, 코빼기/그런 말도 한사코 싫다지 않는가" ( '찬란한 사월' 중)

시인 심호택 (51) 씨가 세번째 시집 '미주리의 봄' 을 냈다 (문학동네刊) .시집 '하늘밥도둑' '최대의 풍경' 에서도 그랬듯 시인에게 시는 우연히 일어나는 작은 일상들과 그것들이 느끼게 하는 것들을 찬찬히 적어가는 일이다.

신작 '미주리…' 은 싸락눈 뿌리는 거리에서 출국 인사차 선배와 술을 마시고 헤어진 이야기로 시작해 일년간 미국생활을 마감하고 귀국을 서두르는 겨울에 바라 본 나무 몇 그루의 풍경을 읊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현란한 수사나 비유보다 절제된 언어와 감성을 선호하는 시인은 이번에도 이국의 낯선 풍경을 앞에 배치한 채 스쳐가는 일상속의 애잔한 삶의 단면들을 명상하며 성찰해 본다.

시인은 사소한 것들을 바라보되 어느 것 하나도 안이한 눈요기로 사물을 격하시키지는 않는다.

이국에 사는 동포들을 볼 때 안타까운 설움을 느끼기도 하고 미국의 일상속에서는 거대함 속에 가려져 있는 구체적 모습을 한꺼풀씩 벗겨내며 그 숨은 의미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기도 한다.

91년 '창작과 비평' 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심씨는 현재 원광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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