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보고서\보고서' 창간 기념10돌 디자인전 개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얼마나 하찮은가, A4용지. 온통 굴러다닌다.

너무 흔하다.

하도 천덕꾸러기다보니 이면지 사용으로 가치를 보태고자 하는 캠페인도 나돈다.

하지만 얼마나 소중한가, A4용지. 복사를 하다가, 혹은 팩시밀리를 자료를 받다가 재고가 떨어졌을 때. 다들 안절부절 못한다.

그 이중적인 'A4' 가 자칭 이상한 잡지 '보고서\보고서' 창간 10돌 (통권15호) '0.1세기 새선언전' (26일까지 서울 청담동 사이갤러리 02 - 512 - 9794) 의 중심 개념으로 앉아있다.

지난 0.1세기동안 디자인.사진.시.산문 등으로 작품참여했던 150여명의 신작이 A4용지라는 제한된 규격 속에 갖힌 채 내걸린 것이다.

이 책의 편집인 겸 시각디자이너인 안상수.금누리씨에 이어 백남준 (비디오아트).구본창 (사진).안규철 (미술).홍신자 (전위무용).이윰 (행위예술).이불 (행위예술).김동섭 (전위음악).신현림 (시인)…이 땅에서 실험을 일삼는 전위예술가 부류의 사람들 작품이다.

몰가치적으로, 혹은 너무 깊은 의미를 던지며.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는다.

표정들이 그리 시원치 않기 일쑤다.

입구에서 대각선 정면에 컴퓨터가 인조토끼털을 덮어쓴 채 서있다.

쌍방향 (인터렉티브) 통신장치다.

전시장과 금누리.안상수의 연구실로 화상.소리를 상호연결하는 일. 시인 신현림씨가 찾아왔을 때, 안상수 (홍익대) 교수는 연구실 부재중. 금누리 (국민대) 교수가 화면에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하지만 화면에서 그는 자꾸 손을 내젓는다.

잠시 소리전송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어쨌든 사이갤러리는 현실과 가상의 '사이' 같다.

이 전시회 역시 '사이' 다.

바로 직전 '금누리개인전 0.027년' (10일이 0.027년이다) 이고 직후인 28일부터 3일간 '안상수 72시간개인전' 으로 이어진다.

금누리씨는 A4개념의 용지에 오브제를 붙인 작품 60점을 선보였다가 하나에 10만원씩에 팔았다.

글과 이미지를 융합한 안상수씨의 72시간전은 전시의 통념을 깬다.

"3일 72시간 쉼없이 전시를 하는 것. 다들 잠든 밤과 살아움직이는 화랑을 연결시킨 것에 불과하다. 사람도 교통도 다른 흐름일 것이다. " 다들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주최측과 작품 참여자는 개막일인 9일 밤 홍대앞 nbinb카페에서 얼굴에 발광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고서 '발광파티' 를 열였다.

속된 말로 'XX발광' 을 하며 놀 것 같았는데 시들했다.

'보고서\보고서' 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0.1세기는 그들에게 무엇일까. 아니 우리에게는.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