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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악재 겹쳐 천수답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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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가 어두운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730~750포인트 박스권에 갇혔고, 하루 거래대금은 한주 내내 1조5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시장이 가장 나쁠 때는 거래가 일어나지 않을 때다.

시장이란 본래 사고파는 곳인데 거래가 뚝 끊겼다는 것은 시장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코스닥 시장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쪽에 서 있다.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이 모두 이러니 투자자들로선 증시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질 만하다. 그래도 외국인들은 지난주 2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했다. 매수 강도가 연초 같지는 않지만, 7월 전체로도 순매수를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였다.

이번 주 증시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국제 유가는 지난 주말 배럴당 44달러에 육박했다.

고유가는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다. 기름값은 수출과 내수에 모두 직격탄을 날린다.

경기가 죽을 쑬 게 뻔하면 주식시장이라고 좋을 리 없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우리 증시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는 것도 국제유가다. 우리 경제와 증시에 큰 영향력을 지닌 미국 경제는 벌써 고유가가 안긴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고유가가 소비를 짓누르면서 2분기 경제성장이 예상에 못 미쳤다.

이번 주 후반 나올 미국의 실업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금리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가늠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고유가도 미국 금리도 모두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외부 변수들이다. 8월 무더위에 우리 증시가 비를 기다리는 천수답처럼 메마르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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