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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아임 낫 스케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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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알면 알수록 오해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6일 개봉하는 이탈리아 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가 바로 그렇다. '지중해'(1991)를 만든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작품이라는 정보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코믹한 느낌을 주고, 아홉 살 된 두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괜히 성장 영화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답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코미디도, 또 성장영화도 아니다. 초반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러였다가, 후반엔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이어진다.

영화 배경은 1970년대 이탈리아 남부의 한 가난한 마을. 여기 사는 미켈레는 친구들과 외딴 폐가에 놀러갔다가 여동생 안경을 잃어버려 혼자 폐가로 돌아가 안경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 덮개로 덮힌 웅덩이를 발견한다. 덮개를 열어보니 담요 밖으로 툭 튀어나온 발 하나. 소스라치게 놀라 집으로 돌아오지만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가고 결국 다시 웅덩이를 찾는다.

하루, 또 하루 웅덩이를 찾으면서 미켈레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된다. 그 발이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 사람은 바로 자신과 동갑내기 어린이라는 것, 그리고 이 아이가 쇠사슬에 묶인 채 굶주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미켈레는 먹을 것을 가져다주려다 웅덩이 근처 폐가 안의 냄비와 집의 냄비가 똑같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꾸만 생긴다. 밤마다 마을 어른들은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유독 TV 뉴스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 미켈레는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이탈리아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니콜로 아만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아임 낫 스케어드'라는 1인칭 제목처럼 줄곧 주인공 미켈레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관객은 미켈레가 밀밭을 헤치고 뛰어가는 첫 장면에서부터 마치 미켈레가 된 것처럼 그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 기쁨이 오가는 감정의 기복을 그대로 경험한다. 12세 관람가.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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