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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주고 약 주는' 크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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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크롬은 사람을 꽤 헷갈리게 하는 '두 얼굴'의 금속이다.

자동차 도색, 가죽 제조, 제련, 용접 일을 하는 사람에게 크롬은 천식.기관지염, 심하면 폐암을 유발한다. 직업병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이때의 크롬은 6가 크롬으로 유해금속이다.

반면 크롬은 당(糖)대사를 돕는 등 건강에 유익한 금속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때의 크롬은 3가 크롬이다.

한서대 환경공학과 박형숙 교수는 "서구에서 크롬(3가)은 당뇨병.임신성 당뇨병.인슐린 내성(耐性)을 개선시키는 미네랄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을 취급하는 상점에서 판매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소아가 주로 걸리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3가 크롬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모두 16개다. 이중 13개는 '혈당.혈중 인슐린 개선'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3개는 '효과 없음'으로 나왔다.

또 성인에게 많은 2형 당뇨병 환자 180명을 세 그룹(3가 크롬을 따로 먹이지 않은 그룹, 하루 200㎍을 먹인 그룹, 하루 1000㎍을 먹인 그룹)으로 나눈 뒤 4개월간 관찰한 해외연구에서도 3가 크롬을 매일 섭취한 그룹의 인슐린 수치(공복시와 식후 2시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최근 미국에선 크롬이 체중.식욕.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근육을 키워주는 건강 보조제로 선전되기도 했다. 그래서 다어어트나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우리 몸에 크롬이 부족하면 혈당과 혈중 인슐린은 물론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는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크롬 보충제를 복용하면 비만.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예방.치료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골고루 먹는 사람이라면 크롬이 결핍될 가능성은 작다. 다양한 음식에 크롬이 소량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를 자주 거르는 사람은 크롬이 부족해질 수 있다.

크롬 보충제는 국내에서도 시판 중인데 매일 1000㎍씩 복용해도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크롬 보충제는 하루 50~200㎍이 권장 허용치며 이보다 많이 먹는 것은 곤란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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