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진정 시청자를 생각하는 방송이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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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본의 아니게 시청자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 21일 KBS2 '확인!베일을 벗겨라' 는 조금 이례적인 사과발언으로 시작됐다.

한 시청자가 타조 앞에서 타조알 깨기 실험을 "반윤리적" 이라고 항의한 데 대해 제작진은 "무정란 (無精卵) 이고 바로 타조 눈앞에서 깨뜨린 게 아니지만 어쨌든 사과드린다" 고 대응했다.

이와 대조적인 모습 하나. SBS '승부사' 1회 방영 후 형사 정민수 (송승헌 분)가 '경찰대 4년 수석졸업' 임에도 직위가 '경장' 인 데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경찰대 출신은 경장보다 두 계급이 높은 형사반장 급인 '경위' 로 임용된다.

제작진은 "경찰대 졸업생이 아니라 경찰학교 출신인데 화면에 잘못 표시된 것" 이라고 얼버무리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오류가 발견됐으나 수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드라마 흐름상 사소하다고 판단해 그냥 넘어갔다" 고 변명했다.

" '옥에 티' 정도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대 측은 "아무리 드라마라도 사전 확인 없이 잘못된 정보를 내보낼 수 있느냐" 며 "방송사에 강력히 항의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시청자의 지적이 사실과 달랐더라도 '일단 미안하다' 고 수용하는 것과 '지엽말단적인 것을 물고 늘어지느냐' 고 하는 두 가지 태도. 어떤 쪽이 더 '시청자 중심' 인지 그 차이는 확연해 보인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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