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부정 연루자는 사면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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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생계형 범죄자 150만 명을 특별사면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법무부의 사면 준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주현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발언을 기준으로 사면의 구체적 내용을 정할 것”이라며 “기준과 대상을 정하는 사면심사위원회를 조만간 소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광복절 특사에서도 교통법규 위반 사범이 사면 대상에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교통법규를 위반해 운전면허가 정지·취소된 운전자 2312만 명을 사면해 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생계형 운전자’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달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언급했던 특사 대상 ‘생계형 직업 운전자’보다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음주운전이나 벌점 초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잔여 결격 기간과 관계없이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면제하고 벌점을 없애 주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생업에 종사하다가 관련 법령을 어겨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은 농민·어민·자영업자 등도 특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농지법·농약관리법·어업육성법·산림보호법 등 위반자가 주요 대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특사 대상자 선정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대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간 대규모 특사가 30개월마다 한 번꼴로 있었고, 지난해 6월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단행되게 됐다. 상습적인 교통 범죄자의 ‘모럴 해저드’를 키워 교통법규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2회 이상 음주·무면허 음주운전자나 음주 측정 거부 운전자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명사고를 내거나 단속 경찰관을 폭행한 운전자 역시 특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법무부는 농어민 등의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도 특사 기준을 꼼꼼하게 정하기로 했다.

한편 정·관계 인사나 경제 사범 등 부정부패 연루자는 이번 특사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기업인이나 공직자의 사면은 배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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