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아프세요?” 살근살근 발마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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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직산읍 사회복지시설 온유한 집을 찾은 천안쌍용고 오선은(17·1년)양이 할머니의 발 마사지를 한 뒤 머리맡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안쌍용고 제공]

지난달 13일 천안 직산읍 사회복지시설 ‘온유한 집’에 고등학생 10여 명이 등장했다. 손에 마사지크림과 청소도구를 든 학생들은 들어서자마자 낭랑한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인사했다. 온유한 집을 찾은 학생들은 천안쌍용고등학교 건강사랑 봉사단. 학생들은 집 구석구석을 청소한 뒤 노인들에게 발 마사지를 했다. 친할머니를 만난 듯 정겹게 말도 건네고 안마도 했다. 살가운 손녀들의 손길을 받은 노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올 3월 구성된 쌍용고 건강사랑 봉사단은 매달 천안 인근의 양로원을 방문해 청소와 마사지봉사를 하고 있다. 단원은 1학년 김가윤 학생을 중심으로 14명이지만 2~3학년도 시간을 맞출 경우 자율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1학년들보다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2~3학년의 특성상 정기적인 봉사활동보다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참여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건강사랑 봉사단을 맡고 있는 엄혜순(42·여) 보건교사는 “발 마사지는 어른들의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짧은 시간 배워서 선보일 수 있는 봉사 중에 하나”라고 말하며 “여든 할머니의 가느다란 발을 마사지하면서 어른공경에 대한 마음을 느끼고 배운다”고 말했다.

양로원으로 봉사를 나가기 전 학생들은 마사지의 기본을 배운다. 엄 교사는 “보건실에서 실습을 할 땐 간지럽다며 장난치는 아이들 모습에 걱정도 됐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노인들을 대할 땐 의젓한 모습으로 스킨십도 나누고 자연스레 마음을 통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1학기의 마지막 봉사활동이었던 이날은 수능준비로 바쁜 3학년 학생들도 참가했다. “혹시나 할머니께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아파하실까 봐 걱정했다”는 민아연(19)양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을 주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웃음으로 화답하는 할머니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찡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시험기간과 학교행사로 한 달에 한번 양로원을 방문하는 것도 여의치 않지만 “언제 또 갈 수 있느냐”며 먼저 묻는다고 한다. 2학기부터는 발 마사지뿐 아니라 테이핑 의료봉사와 안마 등 학생들의 봉사영역을 넓혀 지역 어르신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몽골에서 환경보호를 외치다=축제의 분위기가 쌍용고를 가득 메웠던 5월. 이 학교 학생 6명은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이 주최한 ‘2009 한국·몽골 청소년 그린로드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건조한 사막과 초원으로 이뤄진 몽골. 사전교육을 포함 4박6일 일정으로 떠난 아이들의 눈엔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막화가 시작된 고통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바양노르를 오가며 봉사활동을 펼친 아이들의 임무는 나무를 심어 몽골의 사막화를 피하게 하는 일이었다. 나무는 바람에 날리는 흙을 붙잡고 증발하는 수분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삽질을 처음 해보는 학생들은 포플러나무가 사막에 생존하게 하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작업과 그늘 하나 없는 땡볕더위에 고생도 많았다.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외할머니를 보며 외국에서 인적 봉사활동에 참여해보고 싶었다는 김다은(18)양은 “귀한 물 대신 양젖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몽골인들의 삶을 보며 안타까웠고 이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았고 몽골자연사 박물관 체험은 귀국 후 처음 듣는 지구과학 수업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60명의 전국 청소년이 참가한 이번 한국·몽골 청소년 그린로드 프로젝트에 쌍용고는 6명의 참가자를 보내며 최대 참가학교가 됐다. 류창기(59) 교장은 “몽골을 직접 다녀온 학생뿐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도 환경문제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 말했다.

조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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