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가(名家)를 가다] 아산에 금빛 물보라가 일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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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용화중 수영부 선수들이 아산실내수영장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을 여름방학 기간 오전·오후로 나눠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전남 여수 일원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충남이 3위에 오르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충남은 전국체전에서도 10년이 넘도록 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스포츠에 강하다. 이 같은 충남의 선전 배경에는 천안·아산의 역할이 컸다. 천안·아산은 소년체전을 비롯해 전국체전 등의 대회에서 수영·육상·체조 등 전통적 강세종목을 비롯해 핸드볼·하키 등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충남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스포츠 스타의 산실인 천안·아산지역 초·중·고 운동부를 찾아 그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온양용화중, 창단 5년 국가대표 배출 ‘명성’

온양여중, 20년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산실

아산은 수영의 메카다. 하키와 함께 아산을 대표하는 스포츠가 바로 수영이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국제규격의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고 초등부터 중등, 고등, 실업팀까지 모두 갖췄다. 선수선발이나 진학 때마다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게 수영 관계자들의 평가다. 지도자들간 소통이나 정보교류, 훈련도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특징이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도 매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뤄지는 수영장에서의 훈련 덕분에 선수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거나 국가대표(상비군 포함)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린다.

22일 오후 3시 아산시 방축동 아산실내수영장. 다이빙 풀에서 20여 명의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에 참가한 학생들은 온양용화중 수영부 남녀학생 6명과 온양여중 다이빙부 2명, 금곡초등학교 남녀수영부 10여 명 등이다. 방학 중인데도 오전 오후로 나눠 체력을 끌어올리고 기술도 연습하고 있다. 시원한 물살을 가르는 모습에 “따로 피서를 가지 않아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5~10분씩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4~5시간 훈련을 하는 학생들에게 수영장은 ‘지옥훈련장’이었다. 하지만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수영이 좋아서 한다”는 학생들에게 훈련은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교사·감독·코치도 큰 소리를 치지 않았다. 중학생만 되도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그친다고, 채근한다고 말을 듣고 그렇지 않으면 듣지 않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게 지도자들의 설명이다. 온양용화중과 온양여중이 각종 전국대회나 도내 대회에서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제2의 박태환’을 꿈꾸며 훈련 중인 온양용화중 수영부 선수들.


◆창단 5년 전국 최고=온양용화중 수영부는 경영 선수 9명(남 4, 여 5)으로 이뤄졌다. 장혜경(47·여) 지도교사(감독)를 중심으로 김태경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한다. 이날 훈련에는 6명 만이 참가했다. 여학생 3명은 국가대표와 상비군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김혜진(16·3년) 선수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 중이다. 김 선수의 동생 김혜림(15·2년) 선수와 김슬비(16·3년) 선수는 상비군에 뽑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장혜경 교사는 “(김)혜진이가 국가대표에 선발돼 세계대회에 출전한 것은 좋은 지도자를 만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용화중이 짧은 시간에 수영 명문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시설(수영장)과 아산시·학교·교육청의 지원, 좋은 선수, 지도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비록 20년 된 수영장이지만 선수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 만으로도 큰 혜택이다. 각 기관의 예산지원도 선수·지도자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 또 지도자를 믿고 따라준 선수, 자식처럼 가르친 지도자가 있었기에 지금의 용화중이 가능했다. 이날 아산실내수영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김혜진·혜림 자매, 김슬비 선수처럼 되기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수영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시간과 예산의 투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지도자는 좋은 선수를 만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해주는 게 가장 큰 꿈”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사는 “시세가 큰 천안에도 국제규격 수영장이 만들어져 수영부가 많이 창단되고 천안과 아산 선수들이 합동훈련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다이빙 여제인 중국의 궈징징(郭晶晶)을 모델로 맹훈련 중인 온양여중 다이빙 선수들. 조영회 기자

◆다이빙 명문 ‘온양여중’=“단 두 명의 선수만으로 구성됐지만 실력만큼은 전국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온양여중 수영부(다이빙)를 이끌고 있는 이입주(47·여) 지도교사의 명쾌한 설명이다. 이 교사는 “경영보다 선수수급은 어렵지만 좋은 자원(선수)을 발굴해내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며 “창단된 지 20년 된 온양여중의 명성이 유지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양여중에는 2명의 다이빙 선수가 있다. 유라영(15·2년), 조현경(14·1년) 선수다. 두 선수는 다음달 열리는 MBC배 전국수영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을 하고 있다.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유라영 선수의 어깨가 무겁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국가대표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데다 전국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유 선수의 주 종목은 스프링보드 3m. 세계 다이빙 여제인 중국의 궈징징(郭晶晶·28)을 가장 좋아한다는 유 선수는 “다이빙은 아직 한국이 넘지 못한 장벽이지만 (내가)꼭 한 번 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사는 “수영장이 건립된 지 20년 돼 시설이 많이 낡았다.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보강이나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산 수영 책임지는 25년 친구”

장혜경·이입주 교사

수영 메카 ‘아산’을 이끌고 있는 장혜경右·이입주 두 지도교사의 이력이 독특하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25년 친구사이다. 대학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고 한다. 대학 때 전공은 무용이었지만 ‘수영’이라는 공통분모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이달 초 이 교사가 수영부를 맡으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영장에서 만난다. 서로가 선수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배우기도 한다. 두 사람에게 이제 수영은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어떻게 수영과 인연을 맺었나.

“애초 수영이 전공은 나이었다. 대학 때 무용을 전공한 뒤 체육교사로 재직했다. 용화중이 개교할 때 옮겨왔는데 수영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5년째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수영선수가 된 것 같다.”(장혜경) “예전에도 7년 가량 수영(다이빙)을 맡은 적이 있다. 몇 년 공백이 있었는데 다시 맡아달라고 해 선뜻 허락했다.”(이입주)

-아산이 수영종목에 강한 이유는.

“우선 시설을 꼽을 수 있다. 비록 20년 된 수영장이지만 선수들이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다.”(장) “아산은 단계별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 초등부터 실업까지 남녀 모두 선수단이 구성돼 있다. 금곡초-온양중·온양여중·용화중-온양고·온양여고-아산시청으로 이어지는 체계는 다른 도시에서 부러워할 정도다.”(이)

-어려운 점이 있다면.

“중학교 선수들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한 번쯤 고비를 넘긴다. 힘들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은 지도자의 몫이다.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돕고 진학문제나 목표를 정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장) “경영과 달리 다이빙은 선수수급이 만만치 않다. 수영에 포함돼 있지만 쉽게 접할 수도 없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이)

-앞으로의 계획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올해 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내년 대회에서도 올해 이상으로 잘해야 한다. 현재 3학년 선수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내년에는 전국체전에서 여고부를 휩쓸 것으로 확신한다.(장) “금곡초에서 6학년 선수 한 명을 받기로 했다. 조만간 팀에 합류해 훈련을 할 것이다. 내년에는 1~3학년에 각각 한 명씩 선수가 채워져 벌써부터 든든하다. 우선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는 게 시급한 목표다.”(이)



인어 꿈꾸는 수영자매

5월 말 전남 여수 일원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온양용화중 김혜진右·혜림 자매가 단연 돋보였다. 두 선수는 3개의 금메달을 합작하며 충남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언니 김혜진은 평영 평형 50m와 10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동생 혜림양은 접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혜진양은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 중이고 혜림 양도 상비군에 뽑혔다. 두 자매는 하키선수로 활약했던 아버지와 테니스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신장과 순발력·유연성·심폐지구력 등 체격적으로 좋은 조건을 이어 받았다.

김혜림 선수는 “국가대표인 언니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훈련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더 훈련에 매진해 언니와 함께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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