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경찰 “공권력 투입 저울질” 채권단 “계속 땐 파산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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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공장은 오전까지 평온을 유지했다. 도장공장 옥상에선 노조원들이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오쯤,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살포하자 노조는 다시 대형 새총을 이용해 볼트를 쏘는 등 저항했다. 경찰과 노조원들의 충돌은 20여 분 만에 끝났다. 최루액을 피하다 넘어진 노조원 1명은 팔을 다쳐 응급차로 긴급 후송됐다.

죽봉을 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5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점거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게 물을 전달하려던 이들은 공장 진입을 막는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을 깨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평택=연합뉴스]

쌍용차 노조와 경찰이 대치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의 압박 작전에도 노조는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경찰 수뇌부도 공권력 투입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25일 평택경찰서를 방문해 “노조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되 여유를 갖고 강온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경찰 투입 준비를 마치고,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식수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이탈자는 16명가량이다. 사측에 따르면 26일 새벽 4명의 노조원이 추가로 도장공장을 빠져나왔다.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26일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개인이 아닌 당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부가 보다 큰 책임 의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며 노조에도 평화적 해결을 주문했다.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5일 노사 대화는 입장 차로 결렬됐다. 노조와 사측은 이날 오전 10시에 노조가 점거 중인 도장공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은 한 시간 전 불참을 선언했다. 그동안 회사가 많은 양보를 했지만, 노조는 여전히 900여 명 전원의 무급 순환휴직을 주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노조는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대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면 일단 만나서 새로운 방안을 도출하자”고 했다.

결국 사측은 이날 오전 평택시장과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중재단의 설득으로 ‘조만간 노조를 직접 만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시점을 못 박지 않아 대화 재개는 불투명하다. 쌍용차 채권단은 7월 말까지 점거가 계속될 경우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7000여 명은 25일 평택역 앞에서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6시30분쯤 1개 차로를 점거한 채 4.5㎞를 도보로 이동, 쌍용차 공장 500m 전방까지 진입했다. 시위대는 1t 트럭에 싣고 온 생수를 전달하겠다며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이 이를 막아서자 시위대는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고, 죽봉을 휘둘렀다. 쇠파이프도 등장했다. 경찰도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헬기를 띄워 최루액을 뿌렸다.

경찰에 막힌 시위대는 공장 1㎞ 밖까지 물러섰지만 다음 날 새벽까지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 30명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평택=장주영·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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