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늦여름 국내 확산, 대유행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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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국내 확진환자가 26일 1223명으로 늘었다. 첫 발병 이후 두 달 동안 200명 남짓에 불과하던 환자가 7월 들어서만 1000명 이상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의 글로벌 인플루엔자 프로그램에서 3년간 근무하다 최근 귀국한 보건복지가족부 박기동(46·박사) 과장은 “이 정도 환자 수라면 신종 플루가 국내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셈”이라며 “하루 10만 명이 발병할 정도로 대유행을 거친 후 2년 뒤에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영국 등과 달리 국내엔 신종 플루 사망자가 없다. 안심해도 좋은 것 아닌가. “신종 플루는 호랑이가 아닌 생쥐다. 숫자가 적을 땐 그저 성가실 뿐이다. 하지만 수백만 마리가 한번에 몰려오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세계 발병 추이를 볼 때 대략 신종 플루 환자 2%는 입원이 필요하고 그중 10%쯤은 중환자실에 간다.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더 이상 병상을 구할 수 없다거나 의료진 상당수가 발병해 병원에 못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신종 플루와의 싸움은 많은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인구 대다수가 면역이 없어 이론적으론 인구 전부가 발병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사망자는 물론 중환자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엔 아직 그만큼 많이 퍼지지 않았다. 누계 1000명 정도가 아니라 하루에 10만 명, 예컨대 여름철 아폴로 눈병 환자로 안과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거나 감기로 소아과 환자가 급증했다는 뉴스가 나올 만큼 신종 플루 환자가 많이 나와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걸로 볼 수 있다. 인플루엔자가 약해지는 여름철이라 아직 산발적으로 발병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 늦여름께면 환자가 급증하고 중환자도 나올 수 있다.” -만성질환 환자나 어린이·임신부·고령층 등 고위험군이 아니면 사망하지 않는 것 아닌가. “아니다. 멕시코뿐 아니라 미국·영국에서도 멀쩡하던 건강한 젊은이가 신종 플루에 감염돼 급성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사망한 예가 적지 않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걸릴 사람 다 걸린 다음에야 끝난다. 2년은 더 갈 거다. 겨울을 두 번 겪으면서 인구의 80%가 걸린 다음에야 일반적인 계절 독감 수준으로 위험성이 떨어질 것이다. 40여 년 전 홍콩독감이나 90여 년 전 스페인독감 때도 그랬다.” -보건당국은 신종 플루를 겁낼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맞는 얘기다. 대부분은 자연 치유된다.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먹을 필요도 없다. 가벼운 증세에 겁을 먹고 병원에 몰리면 의료 체계가 마비된다.” 안혜리 기자 ◆박 과장이 권하는 신종플루 대처법=박기동 과장은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이 붐비는 곳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가지 않고 ▶평소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한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기침 예절’을 강조했다. 재채기할 때는 손이나 휴지 등으로 가리고, 손에 분비물 등이 묻으면 바로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과장은 “신종 플루 감염자라도 열이 없으면 크게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면서 자가 치료해도 된다. 고열이 있더라도 명백한 독감 증상, 예컨대 온몸이 쑤시는 근육통에다 숨이 차오르는 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기동 과장은=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사무관 시절 의약분업의 문제점 등을 제기했다가 해임돼 소송 끝에 2003년 복직했다. 질병관리본부 방역과장을 거쳐 2006년부터 3년 동안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로 파견을 가 고(故) 이종욱 사무총장과 함께 세계 대유행병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등 신종 플루와 싸웠다.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하는 신종플루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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