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더블스코어 우세 … 55년 자민당 체제 붕괴되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4호 10면

다음 달 30일 일본 총선의 승자는 누구일까. 자민당이 자민·공명 연립정권을 수립한 2005년 9월 이후 4년 만의 총선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정권 교체의 바람이 강력하게 감지되고 있다. 24일 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1.7%가 제1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해 23.2%에 그친 자민당을 압도했다. 다른 주요 매체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35일 남겨둔 8·30 총선 판세는

중의원 해산은 총리가 쥐고 있는 ‘초강수 카드’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여서 정국 상황에 따라 총리가 언제든지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 총리로선 ‘해산 카드’를 통해 정치판을 유리하게 개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판세로는 민주당이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이번 총선을 자민당의 ‘자폭 테러 총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민당이 궁지에 몰린 것은 자민당 집권 모델의 한계 때문이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정부 주도로 키운 경제 발전의 파이를 각계각층에 나눠 주며 고도성장 시대를 견인했다. 그러나 이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면서 자기 변혁의 기회를 놓쳤다. 8개 파벌에 이르는 당내 분열 상황, 의원 중 33%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 정치,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정책 부재 등으로 갈수록 상황이 꼬였다. 특히 당 내분과 리더십 부재는 고질병이었다. 93년엔 내부 분당 사태로 10개월간 군소 야당연립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이후 간신히 연립정권을 꾸려 정권을 되찾은 자민당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라는 걸출한 스타의 등장으로 당 면모를 일신하는 듯했다. 그러나 급격한 개혁은 도농 간, 계층 간 격차만 확대시키는 후유증을 낳았다. 고이즈미의 뒤를 이어 총리의 얼굴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민심 수습에 실패해 자민당은 좌초 위기에 빠졌다.

민심은 이미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가 있었다. 당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제1당이 됐다. 자민당 출신의 오자와 이치로, 하토야마 유키오 등이 이끌어 온 민주당은 ‘자민당의 2중대’라는 비아냥을 듣는 들러리 정당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민당과 차별화된 선거 공약(매니페스토)을 내놓고 자민·공명 연립정권의 실정(失政)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잇따른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지 후보들이 다섯 차례나 연승을 하고, 도쿄도(都) 의회 선거에선 ‘싹쓸이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자민당 장기 집권체제를 깰 수 있느냐 여부다. 파벌·금권정치에 뿔난 일본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