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위안부 할머니 고국서 통한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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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6일 정오 일본대사관 정문앞 정신대문제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제330회 수요집회 마당. 재일교포로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유일하게 밝힌 송신도 (宋神道.76) 할머니가 굳게 닫혀있는 대사관 정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루 70~80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어요. 몇번을 거절하다 단검에 허리를 찔렸고 팔뚝에 문신을 새겨 팔이 퉁퉁 붓기도 했습니다. "

이때의 상처로 宋할머니는 오른쪽 허리에 10㎝ 가량의 흉터와 문신이 낙인처럼 남아 있고 집단 구타의 후유증으로 양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다.

宋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38년 16세의 꽃다운 소녀시절. "군인들을 위해 빨래도 하고 간호도 해주며 돈을 번다" 는 꾐에 빠져 중국으로 갔고 이후 해방 때까지 7년동안 5~6곳을 전전하며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해방후 일본 군인에게 사기결혼을 당한 뒤 버림받았고 숱한 우여곡절 끝에 공사장에서 만난 재일교포와 동거하게 됐다.

다음달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정신대 문제의 완전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宋할머니는 이날 집회에서 "일본은 지난날의 잘못을 깨끗이 매듭짓고 더이상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宋할머니는 93년 4월 재일교포 위안부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일본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도쿄 (東京) 지방재판소에 계류중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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