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교수·강사 시간당 20만원대 고액과외 여전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 사회 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족집게 고액과외가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음대 교수.강사들이 입시생을 상대로 불법 고액 실기과외를 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현직 교수들은 과외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스튜디오나 자택에서 5명에서 10명 가량의 입시생 등을 상대로 1회 (평균 1시간 기준)에 10만~30만원씩 받으며 개별과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 기획취재팀은 지난 7월부터 고액과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유명대학 음대 교수 및 강사 30명에 대한 과외실태 여부를 추적, 절반에 가까운 14명의 현직 음대 교수.강사들이 고액 과외를 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명 피아니스트인 K대 K교수는 방음시설이 갖춰진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에서 10여명의 고교생들을 상대로 1회에 10만~30만원대의 고액 과외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K교수는 자신이 재직중인 대학의 재학생 10명에게도 1회에 10만원짜리 과외를 하는 등 기업형 과외로 월급 외에 한달에 최소 5백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K대 바이올린 교수인 H씨는 서울 서초구 한 오피스텔에서 고교생 등을 상대로 1회에 10만~20만원씩 받고 실기과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오피스텔에는 H씨 외에 10여명의 현직 음대 교수.강사들이 고교생 상대 과외를 하고 있었다.

예능과외 열기는 지방도 마찬가지여서 부산.광주.대구.전주 등지의 음대 지망생들은 주말마다 비행기 등을 이용, 상경해 유명 교수들에게 음악실기과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S대 기악과 4년 金모 (23) 씨는 "고교시절에 음대교수 실기과외를 받지 않았다는 음대생은 4년동안 만나보지 못했다" 면서 "심지어 실력이 보잘 것 없어 고액과외를 받고 부정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학생까지 있다" 고 털어놓았다.

서울예고 한 교사는 "실기 레슨 문제로 수업은 하루 평균 6교시 정도만 진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과후 대학 교수.강사 등의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과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예술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2만원의 교습비를 따로 내고 강사로 위촉된 저명한 교수 등으로부터 주1회 한시간씩 교내 실기과외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연습실 부족 등을 이유로 대부분 과외가 교수 자택에서 이뤄지고 거액의 사례비가 오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예고 교장들은 올해 초 2만원이라는 강사료는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별도의 사례비도 5만원을 넘지않도록 하라고 가정통신문까지 발송했으나 이마저 거의 지켜지고 않고 있다.

현행 학원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은 학원이나 교습소에서의 과외와 대학생.대학원생 이외의 과외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임웅균 (林雄均) 교수는 "음악.미술.무용 등 예능부문은 특성상 개별지도가 불가피해 거의 모든 교수들이 예고 출강 등 각종 형태의 고교생 레슨을 하고 있다" 며 "실기과외 허용 및 적정한 과외료 책정 등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외가 은밀하게 이뤄지는데다 인원마저 부족해 고발이나 제보가 없으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면서 "불법 고액과외 교수를 전원 고발 조치하고 학생도 소속 학교에 통보, 각종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김우석.이훈범.정제원 기자

<제보 02 - 751 5222~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