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형제 송사’ 증언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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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2일 오후 3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74·사진) 여사가 서울고등법원 409호 법정에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 심리로 열린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과 동생 재우씨는 냉동창고업체 (주)오로라씨에스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둥근 테 안경을 쓴 김 여사는 증인석에 앉아 원고인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질문에 답했다. “1989년 청와대에서 재우씨에게 창고업체 설립을 지시했느냐” “업체 운영 상황에 대해 수시로 재우씨의 보고를 받았고 이익금도 매달 송금 받았느냐”는 질문에 김 여사는 막힘 없이 “예”라고 대답했다. “재우씨에게 준 사업자금이 현금이었느냐”는 질문에도 “현금이 가능했겠나. 돈세탁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95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 여사는 잠긴 목소리로 답변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적 소유주임을 주장하며 이 업체 이사들의 지위를 박탈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2월 서울중앙지법은 각하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동생에게 돈에 대한 구체적 관리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소송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1월에도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오로라씨에스의 실질 주인임을 주장하며 낸 주주지위 확인 소송도 같은 논리로 패소 판결했다. 같은 달 수원지법도 노 전 대통령이 회사를 공동 소유하고 있는 조카 호준씨를 상대로 “회사 부동산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3건에 대해 모두 항소한 상태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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