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씨네마텍 이달말까지 단편영화 3편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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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문학평론가 김우종 (덕성여대 교수) 씨의 해석 - "장편소설은 확산적이고 태연한 표현으로 현상의 다면성을 재현한다.반면 단편소설은 한 각도에서 파악된 현실의 단면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짙다. 고도의 지적 읽을거리 면에서는 단편이 훨씬 우위다. "

다시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 씨의 지적 - "짧은 서정시라는 그릇으로는 아무래도 현실의 단편밖에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장시.서사시가 등장하지만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

그런데 영화에서, 즉 단편영화와 장편 극영화의 관계는 어떨까. 우선 김진한 감독의 얘기 - "흔히 단편영화를 단편소설에 비유하지만 나는 오히려 단편영화를 시라고 여긴다. "

이렇듯 장시가 성공하기 힘든 부분에서 우리의 장/단편영화의 연결고리는 소설.시의 그것과 엇비슷하다.영화법상 단편영화는 상영시간이 40분을 넘지않는 것을 지칭한다.

일반인들은 사회적 효용에 비중을 둔 시청각교육.기록용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기 일쑤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예술성 짙은 영화시적 (映畵詩的) 작품이나 실험영화가 우리의 시선을 붙든다.

단편영화가 우리 영화의 씨알이 되리라는 얘기는 너무 진부하다.

대신 지난해말 새로 출범할 정부에 대해 일갈을 한 영화평론가 김홍준씨가 떠오른다.

"단편영화와 관객의 만남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없애는 것 (그것도 돈 한푼 안들이고) 으로부터 영화진흥은 시작된다. " 또 영화평론가 김정룡씨의 지론도 빠뜨릴 수 없다.

"가장 발랄한 영화의 공기, 제일 빠른 감각의 유격전사인 단편영화가 이렇게 허우적거리는 한 우리 영화에 빛은 없다. "

이런 측면에서 동숭아트센터 영상사업팀의 '동숭 단편극장' (단편영화 일반개봉) 의 의미는 실로 간단치 않다.

우선은 단편영화를 기존 유통구조 속에 처음 편입시켰다는 점. 특히 그것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다가 첫 기획.배급사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손색이 없는 세편의 작품선정도 돋보인다.

① '간과 감자' (송일곤 감독.35mm.22분.제4회 폴란드 토룬국제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 = '카인과 아벨' 을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구원의 영상 시

② '스케이트' (조은령 감독.35mm.13분.제51회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공식초청작) =눈과 갈대숲의 여운이 오래 가슴에 남는 수묵화 같은 흑백 영상미

③ '햇빛 자르는 아이' (김진한 감독.35mm.17분.제20회 프랑스 클레르몽 - 페랑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창작상) =작은 방안의 소녀의 심리변화와 햇빛의 흐름을 정교하게 교차시킨 작품.

동숭씨네마텍 예술실험영화전용관 (02 - 3672 - 0181) 은 붐빈다.

9월말까지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두차례 상영시간 전후는 늘 이럴 것 같다.

설령 그게 호기심 차원이라도 좋다.우리의 영화 앞날을 읽는 한 단서기 때문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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