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 차단 외환통제 '극약처방' 효과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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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말레이시아.러시아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서 외환거래 통제조치가 잇따르면서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 자유화가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 국제 핫머니의 준동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현재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홍콩은 시장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7일 주가가 급등했다가 8일 다시 급락하는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 (IMF) 등은 일단 외환.금융시장 통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정부의 직접적인 금융시장 개입과 통제는 시장의 왜곡과 신뢰도 상실로 투자가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발생 이후 1년 넘게 IMF 처방대로 고금리.긴축 정책을 통한 경제회생에 나섰지만 뾰쪽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정환율제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외채부담을 경감시키고 금리 인하를 유도, 경제 회생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세계의 저명 경제학자들도 외환 통제가 장기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지만 헤지펀드 등 국제 핫머니들을 내버려두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기 힘들다는 시각에 어느 정도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IMF 처방에 비판의 화살을 쏘았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는 '인프라.산업 시설에 대한 해외투자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단기자본에 대한 통제를 고려할 수 있다' 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주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국제 단기자본의 흐름은 아시아 국가들에 불필요한 위험을 부과하고 있다" 고 말했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행정대학원) 의 다니 로드릭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73년부터 자본시장 자유화를 단행한 23개 국가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해당 국가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 성장과 물가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 (IIE) 소장은 "단기적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를 전세계적 차원에서 실시하기 어렵지만 개별 국가별로는 고려할만한 일" 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위기를 맞은 원인은 각종 규제로 직접투자 등 장기자본 유입을 어렵게 한 대신 단기자본이 쉽게 들락거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포천지를 통해 아시아에서 외환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던 폴 크루그먼 매사추세츠 공대 (MIT) 교수도 최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공개서한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외환통제 조치가 성공하길 기원하며 몇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즉 ▶외환통제는 3년 정도의 한시적 조치여야 하고 ▶자국 통화를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경제개혁 조치를 병행토록 하라는 것이다.

자본시장 자유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단기자본 규제책이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 한국으로서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원배.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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