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어닝 쇼크 종목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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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실적이 나빠서 주가가 오른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지금 실적이 바닥인 게 확실하기만 하면 주가는 앞으로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를 수가 있다. 이번 실적 시즌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정보기술(IT)이나 금융주뿐만 아니라 ‘어닝 쇼크’를 낸 종목에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최근 돋보이는 어닝 쇼크 종목은 포스코다.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90% 넘게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고도 주가는 오히려 날개를 달았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인 14일부터 주가가 급상승해 21일엔 45만9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26일(46만2000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가가 오르는 건 ‘2분기가 저점’이란 인식 때문이다. 앞으로는 실적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것이다. 우선 하반기엔 원재료 가격 부담이 크게 줄 전망이다. 지난해 비싼 값에 맺은 원재료 계약이 2분기로 끝났고 3분기부터 새로운 가격이 적용된다. 철강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교보증권 엄진석 애널리스트는 “지난달부터 유럽과 미국의 철강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 3분기부터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의 마진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도 포스코와 비슷한 경우다. 증권사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해 4만원을 회복했다. 2분기엔 국내 건설부문 매출이 부진했지만 하반기엔 신규 수주가 다시 늘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온 덕분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제2의 포스코나 삼성물산이 될 만한 종목이 있다. 대표적인 게 정유사다. SK에너지나 에쓰오일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지만 하반기엔 바닥 탈출이 예상된다. SK증권 백영찬 연구원은 “산업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하반기에 경유 수요가 살아나고 정제 마진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정유사의 주가 상승을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정유사의 하반기 실적이 긍정적인 이유다.

항공주는 2분기엔 경기 불황에 신종 플루까지 겹쳐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여행 성수기를 맞아 항공사 예약률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3분기 실적 호전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업 흑자로 돌아서고, 대한항공도 150배 이상(2분기 14억원→3분기 2205억원) 영업이익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여행주 역시 3분기부터는 실적이 빠르게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어닝 쇼크 예상 종목의 투자 매력이 높은 건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주가가 연초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다. 2분기 실적 시즌의 주인공인 IT와 금융주 주가가 연초보다 30~40%씩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로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3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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