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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차리는 하나·보람은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5월부터 추진돼온 하나.보람은행의 합병이 3개월여만에 결실을 보았다.

두 은행은 8일 합병을 선언하면서 2002년 안에 총자산 1백조원대의 초대형 리딩뱅크 (선도은행) 를 지향하겠다며 '덩치 키우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이미 합병작업을 하고 있는 상업.한일 외에 조흥.외환 등 나머지 대형 은행들의 행보도 바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은행은 합병과 함께 연봉제.사업부제 등을 도입, 선진국형 은행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을 밝혀 은행 경영형태의 변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합병과정 = 첫번째 고비는 지난 6월말 하나은행의 충청은행 인수였다.

합병협상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시점에서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뜻하지 않게' 떠안게 되자 협상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것.

두번째는 상업.한일은행의 합병 이후 조흥은행이 보람은행과 합병을 모색했을 때. 한때 보람은행은 조흥은행과의 합병 쪽으로 기울기도 했으나 금융감독위원회가 조흥.보람간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다시 하나.보람 합병이 구체적으로 추진됐다.

7월들어 합병은 급진전됐으나 막판에 인원정리 문제와 명칭 등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다시 협상이 지지부진해졌다.

보람은행 대주주의 증자 참여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시간을 끌던 협상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최근 국제기준으로 평가한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이 흘러나오면서부터. 보람은행의 BIS비율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더 이상 이런저런 조건을 달기 어렵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합병조건과 정부지원 = 인원정리.명칭.임원비율 등은 완전 합의가 됐다.

남은 쟁점은 합병비율인데 국제기준으로 평가한 BIS비율과 주가수준을 고려해 정한다는 원칙만 정해졌다.

현재 BIS비율과 주가수준만으로 따지면 합병비율은 하나 1대 보람 0.25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양쪽 다 이 비율에 불만을 갖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정부지원도 막판 변수다.

합병은행의 BIS비율이 현재 하나은행 수준 이상이 되도록 하자면 9천억~1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모두 정부가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나측은 그동안 하나은행 주주들이 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많이 확충해놓은 이상 보람은행 대주주들도 합병 전에 증자나 후순위채 매입으로 보람의 자본금을 4천억~5천억원 가량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람은행 대주주들은 증자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정부가 합병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보람측에 대해 어떤 조건을 내걸 지가 관심거리다.

◇ 주주.예금자 = 우량은행간 합병이기 때문에 양쪽 예금은 모두 합병은행 예금으로 전환돼 원칙적으로 예금자 피해는 없다.

그러나 실적배당 신탁상품의 경우 운영실적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도 있어 합병 후 신탁상품의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 문제가 논란거리로 부각될 여지는 있다.

주주는 합병비율에 따라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하나 1대 보람 0.25라고 가정하면 보람은행 주주는 4주가 있어야 하나은행 주식 1주와 바꿀 수 있는데 현재 주가는 4대 1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하나은행 김승유 (金勝猷) 행장.보람은행 구자정 (具滋正) 행장의 일문일답.

- 합병에 따른 정부 지원은 얼마나 되나.

"정부에 성업공사를 통한 부실자산 매입과 무의결권 우선주 형태의 지분 참여를 요청할 것이다. 구체적인 지원규모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초 회계법인 실사 결과가 나온 뒤 정부와 협의할 예정인데 하나은행의 수정 은행감독원 기준 BIS비율 (10.47%) 을 맞추는 수준은 돼야 할 것이다. "

- 외자유치나 추가 합병계획은.

"외국 유수은행과의 전략적 제휴 또는 자본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다른 은행과의 추가 합병은 현재로서 구상한 바 없다. "

- 상대적으로 하나은행의 자산가치가 커 합병 전에 보람은행 주식에 대한 감자 (減資) 조치가 있지 않겠나.

"먼저 감자를 하고 증자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힘들다. "

- 합병 은행의 경영진 구성은.

"두 은행이 우량은행이기 때문에 지금의 경영진 구성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함께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

정경민.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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