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반 기술력, 세계 바이오 시장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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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바이오팜의 태반제제는 원료의약품신고제도(DMF)와 의약품 임상 재평가,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cGMP)을 통과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작은 사진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건립 중인 충북 제천 원료 공장. [HS바이오팜 제공]

태반주사제의 시장 판도가 올 들어 급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중에 유통 중인 태반주사제 28개 제품의 임상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효과가 없거나 재평가 전에 허가를 자진 취하한 제품이 11개(40%)에 달한다고 지난 3월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이들 11개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제품 중엔 국내 유명 제약사인 N사 제품 등이 포함되는 등 지난해 매출액 합계가 약 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태반주사제 가운데 식약청의 임상 재평가에서 살아남은 제품은 모두 바이오 제약회사인 ‘HS바이오팜’이 제조한 사람 태반 추출물을 쓴 제품(14개 품목)이다. 또 일본에서 수입한 일부 태반주사제가 재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HS바이오팜이 재평가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경쟁 회사들이 떨어져 나감에 따라 HS바이오팜의 태반원료 공급은 최대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S바이오팜 이희철 회장은 “우리 회사의 15년 축적된 태반 기술 노하우와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검증·관리의 결과”라고 말했다. 또 “식약청의 재평가는 태반약 시장이 회사의 인지도가 아닌 철저한 효능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태반시장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태반약은?=태반주사제는 1956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다. 국내엔 90년대에 들어왔다. 초기엔 거의 일본 제품이었다. 현재 이 약은 일부 의원과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처방한다. 태반주사제는 의사의 처방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주사제는 다시 추출물과 가수분해물로 분류된다. 이 중 추출물은 갱년기 장애 개선제, 가수분해물은 만성 간질환 개선제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았다.

태반 주사제는 사람의 태반에서 혈액·호르몬을 제거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완전히 분해한 주사약이다. 주된 효능은 간기능과 갱년기 장애 개선이다. 식약청 허가 당시(94년 가수분해물, 2003년 추출물)엔 이 두 효능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실시한 임상시험 자료만을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 이것이 식약청이 태반주사제에 대해 약효 재평가를 실시한 배경이다.

태반약을 처방하는 의사·한의사는 태반주사제의 적응증(적용 범위)이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HS바이오팜 관계자는 “태반 주사제는 기존의 적응증(간기능·갱년기장애 개선)만으로도 연간 시장 규모가 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1차로 통증·골다공증·관절염 치료의 유용성을 입증해 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하고, 2차로 당뇨병·탈모·아토피·피부미백 등 1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반약의 세 관문=현재 태반약은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국내외 시판이 가능하다. 첫 번째 관문은 원료의약품신고제도(Drug Master File, DMF)다. 이는 식약청이 사람 태반 유래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 7월에 도입했다. HS바이오팜은 국내 첫 DMF 인증 회사다. DMF에 통과된 회사만 태반 원료를 판매할 수 있다. 두 번째 관문은 국내 임상시험이다. 2006년 1월 식약청의 ‘의약품 임상재평가 실시 공고’에 따라 국내 임상시험이 의무화됐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임상시험을 통해 분명히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반약을 외국에 수출하려면 한 가지 관문이 더 필요하다. cGMP다. cGMP는 미국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이다. 현재 미국 상원엔 cGMP 기준 등을 충족한 국가만 의약품 수입 대상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약품 시장 접근 안전법’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cGMP는 국내 제약회사의 GMP 기준(KGMP)에 비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cGMP 기준을 통과하려면 연구→설계→건설→검증→제조→허가에 이르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HS바이오팜이 201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제천 공장은 cGMP 시설을 갖추도록 설계돼 있다. 제품의 안전성과 유용성, 그리고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중국·홍콩·동남아 시장 진출뿐 아니라 미국·유럽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HS바이오팜은=화성바이오팜과 경남제약 등 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코스닥 상장회사로 국내 사람 태반 원료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화성바이오팜은 태반 원료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회사이며, 경남제약은 ‘레모나’(비타민 C 제제)로 유명한 제약회사(2007년 7월 인수)다. 98∼2001년 국내 최초로 태반주사액 원료를 개발하고, 2007년 한방드링크 ‘자하거엑스’, 2008년 1월 인태반드링크 ‘자하생력’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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