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철등 4명 새 그룹'원더버드'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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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딸기정원으로 갈까요. (세상에는) 아무것도 진실된 것은 없습니다.

아쉬워할 것도 없구요. 딸기정원이여, 영원히…. " 비틀스의 존 레넌이 67년 발표한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 (딸기 정원이여 영원히)' 는 우아한 멜로디속에 염세적인 세계관을 담은 명곡이다.

이 노래는 곧 데뷔음반을 발표할 '원더버드' 의 네 멤버, 신윤철.고구마.박현준.손경호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곡이기도하다.

지난4일 MBC '일요예술무대 (6일밤 방송)' 녹화가 열린 서울 세종대 캠퍼스에 원더버드가 나타나 첫 라이브공연을 펼쳤다.

'스트로베리…' 와 10월중 나올 그들의 데뷔음반 타이틀곡이 될 '악어새2' 가 울려퍼졌다.

청중의 눈길은 1년간 영국에 머물다 돌아온 신윤철에 우선 몰렸다.

작은 키지만 기타와 키보드, 간간이 보컬까지 맡은 신윤철은 비틀스처럼 단순하면서도 축축 늘어지는 점액질 느낌의 주법을 선보였다.

그는 가요계에서 오래전부터 기대를 모아온 인물이다.

신대철.신석철과 함께 '신중현 4부자' 인 그는 세 아들중 가장 개성적인 음악을 하는 이로 알려져있다.

포크.뉴에이지.고스펠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해온 그는 3장의 독집에서 누구도 흉내못내는 독특한 톤의 기타사운드를 들려줬다.

그의 음악에는 대중적 감각도 번득인다.

침울함이 배어있는 그의 목소리는 담담한 가사, 단순하면서도 분산되는 기타화음과 결합돼 도시인의 쓸쓸한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다.

함축적이고 가슴뭉클한 '명태' (95년 3집 머릿곡) 는 그 전형을 보여준다.

이 신윤철이 참여한 '원더버드' 는 '악동' 펑크록그룹 삐삐롱 스타킹의 멤버였던 고구마.박현준이 가세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해2월 생방송중 침뱉은 사건으로 해체를 맞았던 삐삐롱 스타킹의 두 멤버는 그후 전위적 록그룹 '99' 를 만들어 활동하는 한편 영화.방송출연 ( '죽이는 이야기' '베스트극장' ) 도 했지만 '원더버드' 결성으로 대중곁에 돌아왔다.

고구마는 '원더버드' 에서 삐삐롱스타킹 시절처럼 보컬.리듬기타를 맡고, 신윤철에게 제1기타를 넘겨준 박현준은 베이스를 친다.

드럼은 '99' 에서 탄탄한 타법을 과시한 손경호가 그대로 맡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원더버드 멤버들은 음악 방향에서도 쉽게 합의를 봤다.

비틀스풍 바탕에 요즘 감각을 녹인 모던록이다.

제도권과 언더록계에서 단맛과 쓴맛을 고루 경험했던 원더버드 멤버들은 이제 어디에도 구애받지않는 자유스런 음악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런 바램을 담은 원더버드의 노래에는 테크노등 첨단음악도 가미돼있지만 록 본연의 외침이 꾸밈없이 들어있다.

뉴웨이브.네오펑크등 80~90년대 록의 흐름에 영향받아 팝적인 색깔이 강하지만 삐삐롱 스타킹 시절의 곡 '바보버스' 보다는 좀더 자연스러워 대중에게 다가갈 요소가 많다.

원더버드는 10일 그들의 뿌리인 인디음반기획사 '강아지 문화예술' 합동콘서트 (8~10일.대학로 바로크난장.02 - 3675 - 9990)에서 '99' 와 함께 공연을 펼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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