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어떻게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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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일의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는가. 북한의 희대의 사기극인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성공 주장을 우리 정부당국은 이런 두가지 측면에서 추적하고 있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일의 대북 (對北) 정보능력.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그동안 지난달 31일의 발사체를 대포동 미사일로 단정해왔기 때문이다.

북한발표는 추진로켓의 분리상황을 '초' 단위로 밝히고 추진로켓 낙하지점의 위도.경도까지 설명하고 있다.

언뜻 상당한 설득력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은 신빙성이 없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위성추진로켓과 미사일은 발사각도가 다를 뿐더러 비행거리.궤적으로 확연히 구분된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열악한 경제.과학기술 수준도 지적된다. 일본은 위성발사를 위해 매년 1조엔을 투자한다. 위성발사 성공을 위해서는 사정거리 6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대사관의 정보관계자도 "북한 주장은 난센스" 라고 단언했다. 정찰위성으로 북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발사에 오래전부터 대비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金正日) 의 주석취임에 맞춘 대외적인 충성선물 선전" 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외교부대변인은 "위성발사는 강성대국 (强盛大國) 을 다져나가는 우리의 기상" 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내부 선전용이라는 게 우리 정보소식통의 판단이다.

그러나 일부 군사.위성전문가들은 위성추진로켓과 미사일발사를 즉각 판별해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신중론도 제기한다. 한.미.일이 북한의 미사일개발 측면에만 치중, 정보판단이 흐려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위성발사가 사실로 판정나면 북한은 상당한 선전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미.일의 정보오판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김정일시대의 공식출범 첫날인 5일부터 국제사회의 천덕꾸러기로 비춰질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북측이 위성발사를 계속 주장한다면 영구 미제 (未濟) 로 남을 수도 있다.

북한의 발사체가 '소형 실험위성' 일 경우 그 존재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같은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상황' 일 수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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