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사명감 없인 못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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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민원을 상담 중인 이영란씨. [사진=조영회 기자]

장맛비가 잠시 멈추고 후덥지근 하던 13일 오후 사회복지사 이영란(34·여)씨를 만나기 위해 천안 입장면주민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주민생활지원팀 소속으로 창구에서 민원인들의 불편을 해결해 주고 있었다. 주민센터의 주민생활지원팀은 기초수급대상자들을 위한 생계비와 교육급여·차상위 계층 지원 등의 업무를 한다.

이날 주민생활지원 팀 창구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민원인들로 그와 대화나누기 어려웠다. “두 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분이 교육을 가셔서 오늘따라 바쁘네요” 민원인이 뜸할 때 잠시 시간을 냈다.

그는 만나기 전 “맡은 업무를 하는 것뿐인데 쑥스럽다”며 인터뷰를 거절했었다. 그를 만나게 된 건 입장지역아동센터장 남윤숙(40·여)씨의 추천 때문이었다.

남 센터장은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점심시간·퇴근시간 이후 자기 시간도 아낌없이 쓰며, 마음으로 일하는 게 느껴진다”며 “이렇게 일해 준 덕에 입장면의 자랑이 됐다”고 이씨를 치켜 세웠다.

이씨는 대학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공무원 사회복지직 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11월 쌍용2동주민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입장면주민센터에 온 건 2007년 1월. 면 지역은 동 지역과는 다른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는 “동과 다르게 면 지역은 기초수급대상자들의 주거 상태가 열악했다. 노숙을 하는 등 오갈 데 없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방문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집을 떠올렸다. 아이는 지체장애가 있는 엄마와 근로 능력은 있으나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빠와 함께 살았다. 찾아간 집은 월세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열악했다.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엄마는 임신 중이었다. 본인은 임신한 줄도 몰라 40주가 되도록 병원을 간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근로 능력이 있어 법적 지원이 어려웠다. 그는 지역단체와 연계해 병원소개·산모도우미·생필품 지원 등을 해줬다. 현재 그들이 살 새로운 집을 알아 보고 있다.

그는 “집을 마련해 줄 순 없지만 신생아가 자라기엔 집이 너무 열악해 같은 월세지만 좀 더 나은 환경을 찾고 있다”며 “법적으로 도와줄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할 땐 사회단체와 연계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겨울, 아이를 낳은 스무살 한국 여성과 스물네살 방글라데시 남자도 비슷한 경우다. 겨울 난방을 할 수 있도록 기름과 생필품·쌀을 지원했다.

그는 ‘긴급출동 SOS’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사람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의 폐가에서 혼자 살며 먹는 건 물론, 병원 치료도 못받고 살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연말 후원금을 쪼개 월세를 내주고 자립할 정도는 안되지만 생계비 지원도 했다.

그는 “어렵게 살던 사람들이 나아진 생활로 고마워할 때 뿌듯하고 또 고맙다”며 “이젠 일에 대한 사명감이 생겨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말했다.

종종 이씨의 책상에는 껌과 사탕이 놓인다. 상담인들이 이씨에게 받은 도움에 작은 감사를 표한 것이다. 이를 보면서 그는 새롭게 다짐을 한다. 그는 “사회복지사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내 일이니만큼 즐겁고 열심히 일하겠다. 내 도움으로 좀 더 편안한 삶을 살 사람들을 생각하며 일하겠다”고 말했다.

글=백경미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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