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분양시장 '덤' 상품으로 녹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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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부동산 분양 시장에 '덤' 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어떤 상품을 계약하면 관련 시설의 이용권을 주거나 연관 상품을 제공하는 형태로, 아파트에서 많이 선보이는 경품 제도와는 다르다.

아파트 등의 주거형보다는 호텔이나 펜션.토지 등 투자형 혹은 레저형 상품에서 많은 게 특징이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미끼 상품으로 유혹해 계약률을 높이려는 의도이나 '덤'으로 제공되는 상품이 이미 분양가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극동건설은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해변에 수익형 호텔인 오션스위츠를 객실 단위로 분양하면서 5년간 연 9.1% 수익을 보장하는 한편 인근에 짓는 팬아일랜드 골프장을 회원 대우해주며 요트 2척을 확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 3층~지상 11층, 12~32평형대 383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와 레저를 연계함으로써 숙박객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규제로 상황이 급박한 펜션업계는 연계상품으로 승부를 건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이용권을 3500만원에 분양 중인 아르도펜션은 계약자에게 연간 7회 제주도 무료항공권과 대형 승용차 이용권, 골프장 부킹권 등을 제공한다.

미강주택은 제주도 구좌읍 행원리의 풍차마을과 종달리의 달뜨는바다 펜션을 분양하면서 수상 레포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와 낚싯배 무료이용 등의 혜택을 내걸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려 한다.

르메이에르건설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르메이에르 오피스텔의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분양받으면 서울 강남과 신촌의 스포츠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와 인도네시아 로열수마트라 골프장 이용권도 준다.

㈜피앤디네트워크 이원열 사장은 "경기가 침체됐을 때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많은 업체가 이 방법을 쓰려고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계약서에 반드시 명시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1990년대 말과 2000년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분양시장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부 업체가 '덤 상품'을 선보였다.

한신공영은 서울 수유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텃밭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대관령콘도는 당시 콘도 회원권을 사면 모 벤처기업의 주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림산업도 2001년 경기도 용인시 보정리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에게 사업부지에 포함된 야산을 산책장으로 쓸 수 있도록 제공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업체가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입주 때 시세가 분양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회사가 되사거나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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