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함정임씨 사부곡 '행복'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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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는 날아갔으나/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새" (장석남의 '새의 자취' 중) 떠나간 것에 대해 대한 미련이란, 남은 자에게 지울 수 없는 무게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 을 상상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남은 자의 몫이다.

서른 다섯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고 김소진씨의 아내 함정임 (34) 씨가 남편과의 만남에서 헤어짐까지를 그린 장편소설 '행복' 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실었다.

남편과 뱃속의 아이를 동시에 잃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날들에 대한 기록인 '동행' 을 지난해 발표한 후 함씨는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남편을 기억한다.

'행복' 은 그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며 하늘로 보낼 때까지의 사실적 기록이 근간을 이루면서 함씨 삶의 또 하나의 축인 어머니와의 관계가 사이사이 작가의 회한을 분출하는 통로로 배치돼 있다.

"그가 들어오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 " 함씨는 남편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렇게 만난 이들에게 순탄한 길만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될 이가 단명할 인상" 이라는 말까지 하며 결혼을 반대한 어머니, 결혼 후까지 남편에게 강하게 집착하는 한 여자. 이를 극복하면서 선택한 결혼이었지만 결국 기다린 것은 남편의 이른 귀천 (歸天) 이었다.

이 과정속에서 함씨는 그와 남편 주위의 인물들에 대한 사실적 서술로 그들과 정리도 시도한다.

행복을 말하면서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은 것은 그런 탓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솔직한 자세를 취한다.

그래야 죽은 자도 산 자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씨는 처음부터 꼭 행복을 예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네 삶이 사십년을 살면서 사랑말고 미움만을 주고 받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래도 우린 사년을 살면서도 사랑만을 주고 받았잖아요. " 그녀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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