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화와 소통 … 미국 이미지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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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취임 당시 80%에 이르던 지지율은 60%대(갤럽 15~17일 조사)로 내려앉았다. 담대한 개혁 약속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오바마의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늘었기 때문이다. 허니문(밀월)은 끝나고 경제위기 극복과 건강보험·교육개혁 등 주요 과제 해결이라는 본격적인 시험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취임 6개월을 맞는 오바마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해 본다.

◆미국 이미지 개선=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오바마의 ‘스마트 외교’는 국제사회의 각광을 받았다.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거나 적으로 반목했던 국가들에 화해의 손을 내밀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지난 4월 쿠바계 미국인에 대한 여행과 송금 제한을 철폐했다. 남미의 반미·좌파 세력 수장을 자처해 온 베네수엘라와도 지난달 국교를 정상화했다. 부시 전 정부 시절 ‘테러와의 전쟁’으로 감정의 골이 파인 이슬람 세계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달 4일 이집트 카이로대에서 세계 15억 무슬림을 향해 “미국과 이슬람은 배타적 존재가 아니며 경쟁할 존재도 아니다”라며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양국 관계 재설정을 의미하는 ‘리셋 외교’를 통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노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오바마는 6일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기존 핵 군축 협정인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새 협정 초안에 합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핵과 미사일 실험 강행 의지를 고수하는 북한과 미국의 핵 프로그램 포기 요구에 반발하는 이란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국내 문제는 산 넘어 산=경제 위기 해소는 가장 무거운 짐 중 하나다. 오바마는 취임 초 미국 역사상 최대인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압류를 막기 위해 2750억 달러를 투입했다. 제너럴 모터스(GM) 등 빅3 자동차 회사에 구제 금융을 제공했지만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여전히 이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대규모 경기부양에도 실업률이 9%를 넘는 등 상황은 좋지 않다. CBS방송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21%로 지난달(32%) 조사에 비해 줄었지만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33%로 지난달(23%)에 비해 높아졌다. 응답자의 60%는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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