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부결…긴장 감도는 러시아 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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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의 2차인준 심의가 4일 열릴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주요 정치세력들의 입장을 살펴본다.

◇크렘린 = 옐친은 벼랑끝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정치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공짜로 지급되는 아파트와 각종 특권에 젖어 있는 국가두마 (하원) 의원들을 '두마 해산' 카드로 위협하면 최소 양보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인준 실패 이후 즉각 재인준요청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번씩 거부하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두마 해산권을 발동할 수 있으므로 그 이전에 두마가 굴복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두마내 야권 = 최대 야당 정파인 공산당은 겉으로는 옐친사임을 요구하며 강경해 보이지만 내막은 조금 다르다.

목표인 정권장악을 위해 ▶2대통령의 독주를 허용한 헌법의 개정 ▶2000년 대선까지의 공정한 관리자 확보가 당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경쟁자인 알렉산드르 레베드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시장의 난국수습 노력에 주도권을 빼앗기기도 싫다.

때문에 ▶정치타협 합의안의 효력보장 ▶주요 각료직 확보 ▶조기에 헌법개정만 확보한다면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마내 여권 = 중견정당 야블로코의 입장은 미묘하다.

당수인 그리고리 야블린스키가 총리자리를 바라보고 있는데다 경제를 망친 주범 체르노미르딘을 다시 지지할 수 없다는 내부적 갈등 때문이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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