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업무도, 방송 시청도 척척 … ‘모든 서비스’가 손 안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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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22면

체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는 1982년 10월 ‘이동무선전화 현대화 계획’을 세우고 미국에서 셀룰러 방식의 차량전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이 업무를 전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다. 자본금 2억5000만원, 임직원 32명의 이 단출한 회사가 84년 4월 서울과 수도권에서 차량용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폰(차량 전화)’ 서비스다. 첫해 가입자는 2658명.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의 회고가 흥미롭다.

휴대전화 개발사 서비스 시장 3파전, SKT·KT·LGT

“단말기 값과 가입비가 410만원가량 됐는데 이는 승용차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카폰을 달고 다니는 차량은 당시에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일부 승용차 운전자 중엔 가짜 안테나만 달고 으스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날로그 방식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88년 7월 1일이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휴대전화 대중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후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났으나 90년대 중반까지는 ‘삐삐’로 불리던 무선호출기가 더 널리 사용됐다.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96년 1월 인천과 부천 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디지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미국 퀄컴에서 원천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한국은 ‘CDMA 종주국’ 입지를 확고히 다져 가면서 미국·중국·러시아·동남아시아 등이 CDMA 기술을 이동통신 표준규격으로 채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CDMA 도입과 함께 서비스도 경쟁 체제를 갖췄다. SK텔레콤에 이어 96년 4월 신세기통신(2002년 SK텔레콤에 통합)이 CDMA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듬해 10월엔 한통텔레콤(현 KT)과 LG텔레콤, 한솔엠닷컴(2000년 KT에 흡수) 등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휴대전화 서비스는 제2의 개화기를 맞는다. 98년 6월 1000만 명을 돌파한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1년2개월 만에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MP3폰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 단문 서비스(98년 3월), 모바일 은행 서비스(99년 11월), 내장형 카메라폰(2000년 7월), 동영상 컬러폰(2000년 11월) 등으로 무장하면서 휴대전화는 음성 전달 수단에서 벗어나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생필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지상파 DMB 서비스를 시작해 ‘손안의 TV’ 시대를 열었다. 이른바 이동통신의 컨버전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는 또 한 번 전기를 맞는다. WCDMA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기술 방식을 사용하는 3세대 이동통신은 화상 통화는 물론 이동 중에도 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 3세대 이동통신은 또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 011, 016, 019 등 식별번호로 경쟁하던 이동통신 회사들이 ‘T(SK텔레콤)’ ‘쇼(KT)’ ‘오즈(LG텔레콤)’ 등 고유 브랜드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휴대전화 서비스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은 누구든지(anyone),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서비스(any service)라도 이용할 수 있는 ‘4 애니(Any)’를 지향한다. 차량이나 지하철, 비행기나 배 안에서도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서비스 컨셉트도 ‘모든 것’으로 축약된다.

4세대 이동통신 주도권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한국이 개발한 와이브로(WiBro)와 유럽권에서 개발 중인 롱텀에볼루션(LTE)이 경합 중이다. 와이브로는 이미 상용화에 들어간 만큼 기술 표준화 경쟁에서 LTE에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이브로가 표준으로 채택되면 한국의 관련 장비와 기술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 서비스 키워드

이동통신 세대 구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데이터 전송 속도가 얼마나 향상됐느냐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1세대(전송속도 10Kb㎰) 서비스의 특징은 음성통화, 2세대(9.6~64Kb㎰)는 음성+문자, 3세대(14.4Mb㎰)는 음성+문자+영상, 4세대는 ‘모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4세대 기술은 이론적으로 정지 상태에선 최대 초당 1기가바이트(Gb), 고속 이동 때엔 1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3세대보다 최대 10배 이상 빨라지는 것이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한 개의 주파수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2세대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역시 2세대 기술인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을 사용하는 GSM보다 시스템 설치·운용 비용이 적게 드는 게 장점. 단말기 소모 전력이 적어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 데이터 전송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한국 CDMA는 어떤 주파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셀룰러와 PCS 방식으로 나뉜다. 셀룰러는 800㎒의 저주파 대역을, PCS는 1.8㎓의 고주파 대역을 사용한다.

WCDMA
미국과 한국 등이 주도하는 CDMA와 유럽이 주도하는 GSM이 통합된 3세대 서비스 기술 방식. 세계 이동통신 업계가 WCDMA를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세계 어디를 가도 통화가 가능한 글로벌 자동 로밍 시대가 열렸다. 또 음성·문자와 함께 동영상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어 동영상 통화가 가능해졌다. 국내에선 3세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동통신 식별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한다.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를 의미하며, 다운링크 속도가 최대 14.4Mb㎰에 달한다. 기지국에 대한 별도의 투자 없이 WCDMA 시스템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3세대 서비스인 WCDMA가 진화한 방식이라는 의미에서 ‘3.5세대 서비스’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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