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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과 실력파 음악인이 보여준 환상의 앙상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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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04면

MBC ‘무한도전’이 또 한번 해냈다. 지난주 방영된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인터넷의 검색어와 게시판을 휩쓸며 한 주 내내 바람을 일으켰다.돌풍은 가요계까지 흔들었다. 출연진의 노래를 담은 음반은 한 주 만에 3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음원 순위에서도 박명수-제시카 팀의 ‘냉면’이 1위를 한 것을 비롯,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유재석과 함께 팀을 이룬 타이거 JK·윤미래 부부는 탁월한 가창력과 작곡 실력, 그리고 훈훈한 인간미까지 드러내며 일약 톱스타로 부상했다. 이들은 토요일 가요순위 프로 ‘음악중심’에서 듀엣가요제 우승곡인 ‘Let’s Dance’를 불러 다시 한번 열기를 이어갔다.

MBC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이번 ‘듀엣가요제’는 그들이 거둔 놀라운 실적 때문만 아니라 영리한 기획 의도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쇼는 ‘TV 예능프로그램이 몰락해버린 가요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법’에 명쾌한 해답지 하나를 내밀었다.

주말 오락프로그램들은 그동안 가수나 가요계를 쇼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불후의 명곡’은 가요사의 위대한 순간을 회상하는 데 성공했지만 과거의 영광만을 되새기는 데 그쳤고 ‘오빠밴드’는 음악을 함께 나누는 재미를 일깨웠지만 아마추어들의 자기도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한도전이 몇 년 전 시도했던 ‘강변북로 가요제’ 역시 출연진의 코믹한 학예회에 머물러 고사해가는 가요계와는 아무런 연관 없는 이벤트로 그쳤다. 그런데 유명세로는 국내 최고인 무한도전 멤버와 실력으로는 최고인 각 장르의 뮤지션이 결합하자 효과는 달라졌다. 유재석·박명수가 홍보하고 ‘힙합 대통령’ 타이거 JK, ‘천재 뮤지션’ 이트라이브가 만든 곡이 실제 가요계의 수요를 창출해내며 음악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일시적인 이벤트가 몰고 온 가요계의 돌풍이 진정한 가요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듀엣가요제’는 그저 한번의 ‘웃기는 음악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1부 출연진과 가수들이 작업실에서 처음 만나는 에피소드에서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세심한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정형돈과 타블로는 발로 건반을 두드리는 장난을 치면서 ‘이것도 음악’이라며 유머러스한 발랄함을 보여줬고, 타이거 JK는 유재석이 무심코 친 건반 소리와 진행 멘트를 작곡에 담아 함께 참여하는 음악 만들기의 재미를 알려줬다.

박명수는 무대에서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도 못할 정도로 당황했지만 시청자들은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오는 ‘냉면’을 최고 인기곡으로 꼽아 작곡가 이트라이브의 재능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 예쁘게 꾸민 아이돌 스타로만 여겨졌던 제시카나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졌던 이정현 등은 자신들의 최고 능력을 뽑아내는 혼신의 모습을 보여 자신들의 인기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번 쇼는 음악을 창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며, 가요계의 주인공들인 가수와 작곡가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줌으로써 음악을 존경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방영 직후 ‘~의 음반을 꼭 한번 사봐야겠다’는 댓글이 쏟아진 것은 이 쇼의 긍정적인 효과를 잘 보여줬다.

무한도전은 최근 ‘궁 밀리어네어’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주고 ‘여드름 브레이크’를 통해서는 도시 재개발의 문제를 환기시켰다.이번 쇼 역시 가요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뚜렷한 의도로 일궈낸 돋보이는 액션이었다. 오락쇼가 오락쇼에서 그치지 않고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무한한 변신이 팬들을 무한히 흥분시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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