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도중 꽝 소리와 함께 천장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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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패션모델 도신우(50·본명 조인상·사진)씨가 17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일어난 폭탄 폭발 현장에 있었다. 그는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폭발은 현지시간 오전 7시45분쯤 이 호텔과 이웃의 J W 매리어트 호텔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외신들은 두 호텔에서 외국인 투숙객 등 9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들의 국적을 포함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두 호텔에는 도씨를 포함해 한국인 약 50명이 있었으나 도씨만 상처를 입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리츠칼튼과 매리어트호텔에서 17일 폭발물이 터져 9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정보요원과 경찰이 리츠칼튼 호텔에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자카르타 AP=연합뉴스]

도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혼자 호텔 안에 있는 뷔페 식당에 가 과일을 담기 시작했는데 식당 중심부에서‘꽝’ 하는 폭발음이 들리면서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곧 연기가 주위를 뒤덮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식탁에서 식사 중이었다면 큰 사고를 당했을 텐데 다행히 과일 코너는 폭발 장소에서 다소 떨어진 식당 입구에 있어 큰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아온 그릇 파편에 팔꿈치와 종아리가 1㎝ 정도씩 찢어져 인근 병원에서 3~4 바늘을 꿰맸다”고 덧붙였다.

패션 이벤트 전문 업체인 ‘모텔센터 인터내셔널’을 운영하고 있는 도씨는 패션쇼·모델 콘테스트 관련 일을 하기 위해 회사 직원 등 11명의 한국인과 15일부터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다. 도씨는 “호텔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호텔 밖으로 나온 뒤 지나가던 승용차를 세워 타고 병원으로 갔다. 호텔에서 나올 때 연기 때문에 자세히 내부를 볼 수 없었고, 그 호텔이 출입 금지돼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리츠칼튼 호텔에서는 3층 식당에서, 매리어트 호텔에서는 1층 커피숍 바로 아래의 주차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매리어트 호텔 1808호에서 시한폭탄이 발견됨에 따라 이 방에 묵었던 투숙객을 추적 중이다. 이 폭탄은 폭발물 전문가가 해체했다.

CNN은 “테러 전문가들은 이슬람 무장 세력이 폭탄 테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에는 동남아시아에 이슬람 통합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제마 이슬라미야(JI) 등의 이슬람 무장 단체가 활동 중이다.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활동을 벌이고 있는 JI는 2002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 등의 폭탄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도씨가 묵었던 리츠칼튼 호텔에는 19일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단이 투숙할 예정이었다. 이 팀은 ‘아시아 투어’ 차원에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친선 경기를 한 뒤 22일 한국에 올 계획이었으나 이날 인도네시아 방문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 방문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생겼다.

호주·영국 정부는 자국 국민들에게 “당분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인도네시아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2002년의 발리 폭발 희생자 202명 중 88명이 호주인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자카르타 호텔 폭발은) 테러의 위협이 곳곳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카르타 매리어트 호텔 및 리츠칼튼 호텔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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