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브로커' 교사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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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어디 그 학원뿐입니까. 수강생 뒤에는 교사가 있고, 교사들은 학원과 돈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심지어는 학교별로 특정학원의 알선 팀이 구성돼 있으며 교사들이 학원을 돌며 수금을 하는 실정입니다."

한신학원 고액과외 수사로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의 고액과외 실태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면서 과외알선을 둘러싼 교사 비리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원 관계자들과 학생들에 따르면 교사들의 과외 알선 비리는 이번 경우처럼 고액과외뿐 아니라 일반 보습학원에서도 일반화돼 있다는 것. 서울강남의 C보습학원 강사 李모 (39) 씨는 "대형 대입종합학원과 영세규모의 학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보습학원이 학교와 연결돼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며 "학생을 소개해주면 첫달 수강료가 전액 교사에게 돌아가고 그후에는 10~20%가 리베이트로 교사에게 지급된다" 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듯 서울강남 O학원에 다니는 서울 Y고 1학년 朴모 (16) 군은 "담임선생님이 학기초부터 이 학원을 적극 추천했다" 며 "다른 학교에서도 선생님 소개로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고 말했다.

교사들은 주로 중간고사나 학기말 고사가 끝난 후 학부모 면담을 통해 특정과목의 보강이 필요하다며 학원을 소개해주고 대학입시를 앞두고는 족집게라며 고액과외를 연결해 주고 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 과외 알선이 보편화되다보니 교사들의 행태도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보습학원 강사 金모 (46) 씨는 "일부 교사들은 마치 민원 공무원들처럼 학원을 돌아다니며 용돈과 향응을 받는다" 며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으면 다른 학원으로 학생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이번 고액과외 사건 수사에서도 교사들이 알선비를 수금하기 위해 학원을 직접 찾아오는 것은 물론, 학원에서 노름판까지 벌였던 사실이 밝혀졌다.

한신학원 김영은 (金榮殷.57) 원장의 측근인 李모 (35) 씨는 경찰에서 학원측이 K고.S여고.H여고.B고 등 9개 고교에 소위 '팀장' 교사들을 확보하고 학생들을 소개받았으며 이들은 한달에 한두차례 학원을 찾아와 알선료를 직접 수금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들 '팀장' 교사들은 학원 4층에 마련된 밀실에서 金원장이 대준 1백만원씩의 판돈으로 고스톱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 김인자 (44.서울강남구역삼동) 씨는 "학교 선생님들이 제자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며 "앞으로는 학교성적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뽑는다고 하는데 이래서야 어디 학교를 믿을 수 있겠느냐" 고 말했다.

장혜수.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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