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8월 그리고 50년]다시 가 본 그날 28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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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름 한철 전국을 휩쓴 수재 피해 집계가 나왔다.

'피해액 1백97억1천8백34만4천2백43원, 농작물 피해면적 32만4천38정보. ' 단단위까지 밝힌 농무부의 발표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의심스럽지만 정부는 "이런 날씨라면 평년작은 넘을 것" 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물난리가 지나자 겨울나기 걱정. '올 겨울은 어이 사나 - 북한의 단전 (斷電) 으로 전력 격감사태 직면' '9월1일부터 각 가정 30촉 이하 전구사용 의무화' - .우울한 기사들이 보인다.

당시 남한의 전력생산능력은 5만5천㎾. 치안.교통.통신.수도 등 최소 3만㎾의 소비량이 예상돼 민간이 쓸 수 있는 여유분은 불과 2만5천㎾ 정도. 미국에서 전기사절단까지 파견했으나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소식이다.

휴간 중이던 '주간서울' 이 28일부터 주 1회 일요일 발행으로 속간 (續刊) 키로 결정했고 외무처 인천연락소는 정부수립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갈수록 늘어 6월 이후 3개월 동안 모두 1천3백여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1천여명. 견우.직녀가 1년에 딱 한번 만난다는 음력 칠월 칠석 (七夕) 인 오늘 각종 성명서.발표문도 많이 눈에 띄었다.

조선어학회는 그동안의 국한문 혼용 관행을 폐지하고 대한민국 헌법.공문서.지명.성명 등을 순 한글로 기록키로 결정했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권옹호연맹은 여순 (麗順) 반란사건의 진압책임자 박진경 대령 암살사건의 주모자 문상길외 3명에 대해 "총살형 언도는 너무 하니 그 동기를 참작, 감형해야 한다" 는 성명서를 냈다.

신진당.사민당 등 일곱개 정당 및 사회단체는 '제주도 4.3사건 진상조사단 현지파견' 을 결정하고 '아직도 그 전모를 밝혀내지 못한데 대한 유감의 뜻' 을 성명으로 발표했다.

'8.25선거' (북한최고인민회의) 직후 경계태세에 들어갔던 수도청 (서울시경) 은 국방군 제1연대 소속 병사 17명을 지서 (支署) 습격사건 주동 혐의로 검거했다.

해방 직후 1년 남짓 미군정 최고의정관을 지낸 '혁명의 원로' 서재필 (徐載弼) 박사는 이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인민들은 정부에 맹종 (盲從) 만 하지 말 것이며 정부는 인민의 종복 (從僕) 이요, 인민이 곧 주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

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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