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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면접 보는 척 카드 빼돌려 예금 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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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취업 희망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통장에서 돈을 빼가는 신종 금융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 사기업체는 특히 일자리를 찾아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들이 순순히 말을 듣는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취업면접 도중 신용카드와 현금카드 등을 빼돌려 불법으로 복제한 뒤 예금을 인출하는 신종 금융사기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전 금융기관에 이와 유사한 피해사례가 있는지 확인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남인 금감원 IT업무실장은"최근 수원과 대구 지역에서 불법 업체의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 5명이 모두 1473만원의 사기피해를 신고해옴에 따라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경제난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가정주부 등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불법 취업업체는 생활정보지 등에 연봉 3000만원 이상 등 구직자를 유혹하는 취업조건을 내세운 구인광고를 내고, 구직자가 찾아오면 면접실 밖에 가방과 핸드백을 보관토록 유도한 뒤 신용카드를 꺼내 복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면접을 보는 동안 카드복제를 마친 뒤 감쪽같이 제자리에 되돌려놓아 피해자들이 곧바로 복제 사실을 알 수 없도록 했다.

이달 초 수원에서 피해를 본 30대 초반의 여성 구직자는 신용불량자 여부를 조회해야 한다는 말에 순순히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그대로 알려줬다가 피해를 보았다. 또 대구에서는 사기업체들이 구직자들에게 신용도를 확인한다며 면접 현장에서 은행에 통장 잔액을 조회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구직자에게 번호가 표시되는 전화기를 이용해 은행 자동응답센터에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토록 하는 수법으로 금융 정보를 빼낸 뒤 통장에서 몰래 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최근 자신이 인출하지도 않은 돈이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간 고객들과 거래은행들 사이에 잇따라 분쟁이 일어난 점을 수상히 여겨 조사해본 결과 이 같은 신종 금융사기사건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생활정보지 등에서 광고를 보고 면담한 구직자들은 즉시 잔액을 확인 할 것을 권하고, 이미 피해를 본 사람은 곧바로 금융기관에 통보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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