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평균 재산 15대의 3분의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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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직원들이 28일 오전 초선의원 187명을 비롯한 국회 신규 재산등록 대상 의원 203명의 재산공개자료가 실린 국회공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형수 기자

돈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속설이 깨지는 추세인가.

28일 국회 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17대 국회의 신규 재산 등록 대상 의원 203명(초선의원 187명 포함)의 재산 명세에 따르면 평균 재산이 11억434만원으로 나타났다. 16대 의원은 이번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는 15대(32억9500만원)나 16대(17억1700만원) 때의 같은 대상 의원들의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50억원 이상의 재산가도 5명으로 16대 때의 절반으로 줄었다. 한나라당의 평균 재산은 거의 3분의 1로 격감했다.

◆"상하위 10걸 다수는 열린우리당"=그간 재산공개 때마다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상위 순위를 점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위 10위권 내, 그것도 앞자리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혁규 의원이 제일 부자였다. 김 의원이 신고한 재산(100억5472만원)은 이번 신고 대상이 아니었던 정몽준(2567억원)의원, 한나라당 정의화(173억원)의원 등의 뒤를 잇는 규모다. 김 의원은 일부 네티즌이 '왜 이렇게 재산이 많으냐'는 반응을 보이자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가난이 부끄러움이 아니듯 재산이 많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라고 본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경남 창녕군의 9급 공무원으로 출발, 1971년 단돈 10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며 "치킨집 접시닦기부터 시작해 오로지 미국에서 기업해서 모은 재산이 전부"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선 김양수 의원이 가장 많은 79억1451만원(3위)을 신고했다. 의원 10명은 빚이 더 많았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재산규모를 '-5억6284만원'로 신고했다. 현 의원 측은 "농사를 짓다가 얻은 부채"라고 했다. 10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이 8명, 나머지 2명이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다.


◆60%가 총선 후 재산 감소=지난 총선 때 의원들은 선관위에 재산 신고를 했다. 지난해 말 기준이었다. 이번 공개된 재산은 지난 5월 말 기준이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203명의 60%인 122명의 신고 재산이 줄었다. 평균 3000만원. "선거 비용 때문이 아니겠느냐"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과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이 각각 16억원과 12억원이 줄었다. 양측 모두 "시부모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어머니 재산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과 열린우리당 박찬석 의원은 9억, 8억원 늘었다. 박승환 의원 측은 "공시지가와 시세의 차이 때문"이라며 "선거 후 일부 건물과 토지를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석 의원 측도 "공시지가 기준을 1994년에서 2004년으로 바꾸었다"고 해명했다.

◆"주식, 노른자위 땅 투자"=노른자위 땅을 신고한 의원이 여럿 있었다. 30억원대 재산가인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신행정수도지로 거론 중인 공주시에 논과 밭을 갖고 있었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도 공주에 선산이 있다.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은 초등학생인 장남 명의로 충남 태안 등지에 3000만원어치 부동산을 보유했다. 주식을 가진 의원도 많았다. 벤처 거품이 빠진 탓인지 우량주 보유가 두드러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12억원대 유가증권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경제수석을 지냈던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은 대신 주식 투자를 선호했다. 반면 현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은 가족 명의로 모두 5억여원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있었다.

한편 17대 총선에서 낙선했거나 불출마한 퇴직 의원 170명 가운데 27명(15.9%)이 지난해 말부터 올 5월 사이 1억원 이상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한나라당 최돈웅 전 의원의 재산이 33억원 줄어든 반면, 같은 당 주진우 전 의원은 27억원 늘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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