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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하도급, 임금 권장선 제시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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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5일 “사내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내 하도급 근로자는 원청업체의 근로자와 거의 같은 일을 하는데도 원청업체 정규직의 절반 정도밖에 (돈을)받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고용시장이 크게 왜곡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2년) 제한 규정이 시행된 뒤 비정규직 근로자를 하도급·외주 등의 간접 고용으로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대표적인 예로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을 꼽았다. 그는 “현대차는 사내 하청 근로자를 많이 쓰면서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사내 하청 근로자는 다른 회사의 정규직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며 “그러나 현대차 생산직원의 평균임금은 6000만~7000만원이다. 사내 하청 근로자는 2000만~3000만원으로 절반도 안 된다. 이들을 놔두고 비정규직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이 장관은 “법으로 규제하면 기업을 압박하게 될 뿐 아니라 근로자에게 더 큰 손실과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일본처럼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하고 수용 여부는 기업의 자율에 맞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허원용 고용평등정책관은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근로조건에 국한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기조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업훈련을 시켜 숙련도를 높이거나 이들이 원청업체의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이사는 “열악한 근로조건의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생각은 이해하겠으나 하청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계약 당사자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비록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압박으로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내하도급이란 원청업체가 일부 생산라인이나 공정을 중소기업에 맡기는 계약 형태를 말한다. 이때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원청업체의 생산라인에서 일하게 된다. 이들은 법적으로 중소기업의 정규직이다. 따라서 비정규직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업체 직원 간 노노(勞勞)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된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노사정위원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지만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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