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굵직한 구조조정 줄줄이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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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먼저 지면 압박으로 본 난이 약속대로 매주 나가지 못했던 점에 양해를 구한다. 여름은 끝나가지만 이번 주는 여러면에서 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경제의 화두 (話頭)가 되고 있는 '구조조정' 의 주요한 일정이 이달말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해 조건부 승인 7개 은행들은 이달안에 금융감독위원회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각 은행들이 합병.외자유치.인력감축 등 정상화 계획에 담을 내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콧대높은 외국 자본과 노조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금감위가 요구하는 '납득할만한 수준' 을 맞출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해말 현재 BIS (자기자본 비율) 8%를 넘긴 12개 은행에 대한 금감위의 경영 진단도 이달안에 마무리된다.

이중 상당수는 그 후의 부실 누적과 보다 까다로와진 회계 방식으로 6월말 기준으로는 8%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조흥은행 신임 행장이 금감위의 경영진단 발표를 기다려 그중 다급한 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무성하게 나돌고 있는 각 은행간의 이러저러한 짝짓기 소문은 이달말을 고비로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여겨진다.

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 '잘못 꿴 첫 단추' 꼴인 서울.제일은행 처리 방안도 이달안에 확정된다.

주간사인 모건 스탠리가 현재 정부와 해외매각 방안을 협의중인데 감자.합병, 추가 재정지원 등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IMF사태를 초래한 요인중 하나이자 정권을 바꿔가면서 1년여를 끌어온 기아.아시아자동차 문제도 큰 매듭을 짓게 된다.

지난 21일 입찰을 마감한 기아.아시아차의 낙찰자가 내달 1일 공식 발표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번주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이 문제는 해당 기업과 자동차 업종뿐 아니라 재계의 이른바 '빅딜 (사업맞교환)' 과도 맞물려 국내 산업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빅딜' 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집요한 공세에 몰려있는 재계가 5대 그룹간의 빅딜안을 이달말까지 마련하겠다던 방침을 내달 10일로 늦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물과 관련해 이번주 발표될 고용.산업활동 동향도 주목 대상이다.

1백50만명을 돌파한 실업자, 60%대의 제조업 가동률 등 각종 지표들은 여전히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7월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한 수출이 8월에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온 물가도 8월에는 전국을 강타한 수해로 불안 조짐이 뚜렷하다.

이래저래 반갑지 않은 통계들이 쏟아질 전망이지만 그래도 정부던 기업이던 가계던 이를 외면하기 보다는 이런 통계를 직시하며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IMF를 극복하는 길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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