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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앨리 '서찬원 신화'…도어맨이 3,700억대 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국 뉴욕의 컴퓨터거리 '실리콘 앨리' 에 혜성같이 나타난 한국인 이민 1.5세 서찬원 (徐源.36) 씨. 잡지 판매원 출신인 그는 인터넷 콘텐츠회사를 차려 불과 3년 만에 2억8천여만달러 (약 3천7백억원) 를 벌어 이 거리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다.

유리시스템스의 김종훈 (金鍾勳) 회장, 아리스의 송영욱 (宋永郁) 회장에 이은 한국인 벤처기업가의 또다른 성공담이다.

그는 뉴욕 브로드웨이665에 본사를 둔 인터넷 광고.디자인.컨설팅회사 '에이전시 컴 (AGENCY COM)' 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다.

그는 창업 3년 만에 미국내 9개 대도시 및 런던.파리에 지사를 둔 직원 6백여명의 큰 회사로 길러냈다.

지난해 매출액 1천6백만달러.순익 5백만달러에서 올해는 매출액 8천2백만달러.순익 1천6백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내년에는 매출규모가 최소 1억5천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뉴욕의 장외시장인 나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 전체 주식가치는 줄잡아 8억달러. 徐회장의 지분율은 35%이므로 대충 계산해도 그는 2억8천만달러의 재산가인 셈이다.

8월 들어 뉴욕 타임스가 두차례나 그에 관한 기사를 다뤘고, USA 투데이는 徐회장을 이 분야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4명의 경영인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했다.

徐회장은 15세때 미국으로 이민, 뉴욕 웨체스터에 있는 예술대학 사라 로런스 칼리지에서 소설작법을 전공했다.

그러나 졸업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나이트클럽 도어맨 등으로 전전하다 잡지사 판매사원으로 취직했다.

대학 시절 취미삼아 배웠던 컴퓨터 지식을 바탕으로 컴퓨터 정보통신망을 독학한 그는 '앞으로는 인터넷이 돈이 된다' 는 것을 확신, E메일 친구였던 카일 새넌 (32) 과 95년 2월 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자금은 호주머니의 80달러와 두 사람의 아파트 자취방에 있는 컴퓨터 2대가 전부. 사업내용은 기업체의 웹사이트 디자인을 하고 이를 이용해 기업홍보와 영업.광고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컨설팅해주는 것이었다.

96년 실리콘 앨리에 있는 현재의 사무실로 옮겨 그동안 신생사 5개를 흡수합병함으로써 인터넷 광고.디자인 부문에서 최대의 회사로 떠올랐다.

독신인 徐회장은 현재 맨해튼 18번가의 단칸방 아파트에 살고있다.

자가용도 없어 직장까지는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한다. 연봉도 7만5천달러밖에 안된다.

최고경영자인 그가 자신의 연봉을 짜게 책정한 탓이다. 徐회장은 무역업을 했던 서태석 (徐太錫.90년 작고) 씨와 재미 화가.조각가인 최일단 (崔一丹.61) 씨의 1남2녀중 장남.

◇실리콘 앨리 (Silicon Alley)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인터넷 콘텐츠산업의 중심지.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메카인 미 서부의 실리콘 밸리에 빗대어 이같이 불린다.

90년대 중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 지난해의 경우 관련분야 고용인원이 5만6천명, 매출액은 28억달러에 이르렀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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