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 장대비 40분뒤 섬진강 수위 4m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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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망.실종 98명의 인명피해를 낸 지난달말 지리산 폭우는 1천년에 한번 올 빈도의 기록적인 양이었다.

이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승 (金勝) 박사팀이 사후 현장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으로 복구.수방대책에 보다 정밀한 종합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리산엔 7월 31일 낮 12시부터 8월 1일 낮 11시까지 기습폭우가 내렸다.

노고단엔 10분간 최대 29㎜, 30분간 80㎜, 1시간 1백39㎜나 내렸다.

10분 강우량은 30년만에 한번 오는 강우빈도로 흔히 있는 소나기가 엄청 쏟아지는 정도로 보면 되지만 문제는 30분동안 내린 비의 양은 5백년에 한번, 1시간 강우량은 1천년에 한번 올 빈도로 분석됐다.

노고단의 10분 강우량은 7월 31일 밤 10시40분까지는 1㎜, 그 후 10분간은 5㎜, 8㎜, 17㎜, 25㎜로 늘다가 밤 11시30분에는 최고치인 29㎜를 기록했다.

호우가 집중된 노고단 계곡에선 강우강도가 최고점에 도달한 직후 돌발홍수가 발생했다.

이 홍수는 섬진강 본류 하류인 송정까지 40분만에 도달했고, 섬진강 수위를 4m이상 높였다.

金박사팀은 이같은 사실을 노고단의 우량, 송정의 수위를 10분 간격으로 비교해 도출해냈다.

송정의 수위는 11시40분까지는 0.70m, 10분 뒤에는 2.08m로 급상승했고, 그후 10분마다 1.3m씩 올라갔다.

대 (大) 하천인 섬진강 수위는 40분만에 1m미만에서 5m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돌발홍수는 발생후 30분도 안걸려 '집채만한 물기둥이 덮치듯' (생존자 증언) 야영객이 밀집한 계곡 중간부분까지 도달했고, 야영객들은 피할 겨를이 없었던 것. 이럴 때 자동차는 특히 위험하다.

물이 60㎝만 돼도 자동차는 부력을 받아 떠내려 갈 수 있다. 미국에서도 돌발홍수 인명피해의 절반은 자동차와 함께 당한 경우다.

당국은 이번 홍수를 계기로 계곡관리를 좀 더 과학적으로 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지금까지 1시간 간격으로 수집하는 강우.수위 데이터를 10분.30분 간격으로 좁혀 수집하는 등 돌발홍수를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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