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8월 그리고 50년]다시 가 본 그날 21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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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에 묘한 기류변화. 며칠전까지만 해도 강경했던 친일파 처벌론이 슬며시 축소지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병신 자식도 자식이니…" 하며 확대처벌에 쐐기를 박고 나선 임영신 상공장관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시중엔 '병신론' 이 유행하고, 급기야 '망언 규탄' 사태까지 빚어졌다.

서민들의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난 이유 하나. '세금 과중에 원성 (怨聲) - 세정 (稅政) 은 실정에 맞도록' '서울시 미납자수 90만건 - 3천원 월급쟁이는 과세대상, 하루 2천원 수입 미군물건 장사는 면세' 기사는 조세당국의 주먹구구식 행정과 가렴주구 (苛斂誅求) 를 꾸짖고 있다.

어디를 봐도 훤한 구석이 별로 없다.

'늘어나는 건 유흥가뿐 - 한집당 작부 (酌婦) 16명까지 허가' 기사. "모든 생산면이 총파탄된 남조선에 흥청거리는 건 유흥가뿐" 이라는 개탄의 소리가 높다.

요즘 서울의 기생 숫자는 한성사.예성사 같은 유명 요정을 합쳐 모두 4백여명이며 작부.여급 (女給) 은 3백명이라고 수도청이 집계. 시민들의 입길에 오른 사건 둘.

수도청 소속 모 형사 (25.유부남)가 인천 근무 시절 알게 된 열아홉살 처녀를 짝사랑하다 거절당하자 그녀와 부모.남동생 등 일가 4명을 권총으로 살해. 한참 뒤인 80년대에 경남의령에서 일어난 우 (禹) 순경 사건을 연상시킨다.

'주사약이 또 살인 - 후루텍신 맞고 2명 사망' .문제의 금강제약은 일천한 조선 제약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업체의 하나. 몇달전에도 한 사람이 죽었다.

멸균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 한다.

그러나 오늘은 무엇보다 단독정부가 지닌 본질적 문제가 불거져 나온 하루다.

'8.25선거 (조선최고인민회의) 지지 삐라 2만장 압수' '수감중인 여경 (女警) 30여명, 남북 통일정부 수립 요구코 단식농성' - . 절반의 나라를 당장이라도 온전한 나라로 고치고 싶지 않은 이 뉘 있으랴. 그래서 지금 대부분의 민중은 나뉨의 상태가 오래 가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직은 말이다.

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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