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쪼개고 군살 빼고 … 진화하는 보험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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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불황은 새로운 상품을 낳는다. 꽉 닫힌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현상이다. 보험업계에서도 기존 상품을 합치거나 쪼개는 상품의 진화가 속속 일어나고 있다.

통합보험은 최근 불황을 기회로 활용한 상품이다. 여러 종류의 보험을 합쳐 보험료는 낮추고, 보장 범위는 넓혔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9월 출시한 ‘퍼펙트 통합보장보험’은 10개월 만에 50만 건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50만 번째 고객인 유정임(44·여)씨는 “여러 보험에 따로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특약도 다양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월평균 12만3000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고, 74%가 실제 지출한 병원비에 따라 보험금을 주는 의료실손 특약을 선택했다.

대한생명은 3가지 부문에 초점을 맞춘 ‘대한트리플케어통합종신보험’을 이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암 등 치명적 질병(CI)과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한 보장, 실손의료보장을 하나로 묶었다. 암,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 등이 발병하면 사망보험금의 50~80%를 지급한다. 장기 간병자금은 최대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보장 영역을 단출하게 하되, 보장 금액은 상향 조정한 것이 특징이다. 가입 후 2년 내 보험료는 여유자금이 있을 때 미리 선납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동양생명은 연금보험에 장기 간병자금 보장을 결합시켰다. ‘수호천사 더블업 LTC연금보험’은 연금을 받는 도중에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걸리면 간병자금을 준다. 예컨대 매월 연금 100만원을 받다가 중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 최장 10년간 월 200만원을 받는 식이다. ‘2형 납입면제형’을 선택할 경우 보험료를 다 내지 못한 상태에서 중증 치매 등에 걸리면 남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몸집을 가볍게 한 상품도 있다. 교보생명은 종신보험의 군살을 뺐다. ‘교보변액유니버셜보험’은 투자 수익이 좋아 미리 정해둔 금액까지 돈이 불어나면 보험료 납입기간이 남았어도 보험료를 더 넣지 않아도 된다. 이학상 교보생명 상품마케팅실장은 “보험료 장기 납입 부담을 덜 수 있고 경제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IA생명의 골든타임 연금보험은 하나의 상품을 5개로 쪼갰다. 보험 가입자의 연령과 보험료, 연금 지급 방식에 따라 5가지 유형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익 지급 방식도 이율 확정형과 금리 연동형 등으로 나눴다.

하지만 아무리 진화한 상품이라도 무턱대고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통합보험은 무엇보다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중복 가입을 하면 그만큼 가입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다양한 기능이 있어도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 가족에게 가장 큰 위험은 가장의 사망이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이 충분한지를 먼저 따져보고 각종 부가 기능을 활용하는 게 좋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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