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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성금 ARS전화 '천원사랑' 모여 80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보름 이상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본 수재민들을 돕는 운동에 개미군단이 움직이고 있다.

KBS.MBC.SBS.부산방송.인천방송 등 5개 방송사가 벌이고 있는 자동응답시스템 (ARS) 전화를 통한 수재의연금 모금행사에 1천원짜리 '익명' 의 독지가들이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

SBS의 경우 17일 오후5시까지 모금액 31억원 가운데 80%가 넘는 25억원이 ARS로 접수되는 등 방송 3사의 경우 전체 모금액 1백90억여원의 40%를 넘는 80억여원이 이 방식으로 접수됐다. 연인원 8백만명 이상이 참여한 셈으로 수재의연금 모금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ARS모금 참여 열기가 뜨거운 것은 1천원이라는 돈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액수인데다 직접방문이나 은행계좌이체방식 등 기존의 모금방식에 비해 훨씬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

지난 10일 이후 매일 한 통화씩 전화성금을 보내고 있다는 金영덕 (40.자영업.서울용산구원효로) 씨는 "처음에는 푼돈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방송화면에 주유미터기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액수가 올라가 며칠 만에 수십억원으로 불어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며 "심지어는 새벽 골프중계 때도 중단되지 않는 국민들의 온정에 가슴이 뭉클했다" 고 말했다.

또 주부 김영임 (42.서울강남구도곡동) 씨는 "ARS라고 하면 아이들이 연예정보 등 쓸데없는 전화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활용될 줄 몰랐다" 며 "부담없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올해는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등으로 방송국을 직접 방문하는 사람과 성금액수가 모두 줄어 의연금 규모가 종전 수해 때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ARS모금에 동참하는 국민들의 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고 말했다.

전화성금접수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7시~10시의 시청률이 높은 '골든아워' 로 세 시간 동안 50만~70만통의 전화가 집중돼 하루 모금액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예상을 훨씬 넘어선 성금전화 덕에 한국통신은 17일까지 3억6천여만원의 전화료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ARS를 이용한 전화성금모금은 접수된 성금이 2개월 뒤인 10월말에나 통화료에 포함돼 징수되기때문에 정작 복구자금이 긴요한 두 달간은 '그림의 떡' 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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