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꼬리 떼고 날개단 김종필 국무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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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국무총리는 17일 '서리 (署理)' 꼬리를 뗐다.

그는 입버릇처럼 "서리꼬리가 떨어져야…" 라며 거추장스러워했다.

그 짐을 5개월 보름 (1백67일) 만에 던 것이다.

그만큼 '서리' 꼬리는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서리의 운신을 제약해왔다.

'진짜' 총리가 됐다고 당장 드러나는 변화는 별로 없다.

삼청동 총리공관에 입주하고 관용차를 사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변화는 아주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리' 라는 꼬리 때문에 못해온 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JP가 공동정권 창출에 성공한 뒤 하고 싶었던 일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31일 국민회의.자민련간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합의문에 나와있다.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행사 등에 관한 법' 을 만들어 총리의 장관임명제청.해임건의 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두번째는 총리가 의장이 돼 당정간 정책을 조정하는 '공동정부운영협의회' 구성. 세번째는 '내각제개헌 추진위원회' 구성이다.

JP는 서리임에도 불구하고 장관임명과 해임에 대한 권한을 사실상 행사해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내각제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 며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식 총리가 된 JP는 이같은 사안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이같은 큰 일들을 한꺼번에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선뜻 응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안들이기에 여권내 갈등의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JP는 일단 국회에 출석해 시정연설을 하고 의장단 등 정치인들을 초청한 모임 등을 자주 가지며 정치적 입지를 조금씩 넓혀나갈 예정이다.

대신 합의문 준수에 대한 요구는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 등 측근들의 목소리를 통해 낼 것으로 보인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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