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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끝내자]4.재해구난시스템 정비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8일 오전. 동부간선도로에 이어 올림픽대로 여의진출입로.한강철교 밑.당인교 등 저지대 도로가 침수됐고, 경찰은 이들 도로에 차량진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실제로는 침수지역 일대에서만 부분적으로 진출입로를 통제했을 뿐 '정보' 를 알지못한 잠실.강남지역 차량들은 꾸역꾸역 올림픽대로로 밀려들어 결국은 서로 뒤엉켜버렸다.

일요일인 9일에도 상황은 똑 같았다. 침수정보와 교통통제정보가 유기적으로 제공되지 못해 재해 때마다 나타나는 '2차 재해' 가 이번 홍수에도 어김없이 발생했고, 집중호우기간 내내 서울시내 간선도로 곳곳은 거의 살인적이라 할 만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간선도로 한두 곳이 막혔다고 시내도로 전체가 그처럼 먹통이 될 수 있을까. 대동맥인 주요 간선도로가 침수되면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한데 서울에는 비상교통프로그램 하나 없다.

도시연대 최정한 (崔廷漢) 사무총장은 "이번 호우 중에도 당국은 비상교통 수단은 확보하지도 않은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목소리만 높였다" 며, "이제라도 비상 교통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차량을 징발해 간선도로에 우선 투입, 대중교통망을 확보하고 ▶통제정보와 우회로 정보 등 교통정보도 단순한 음성안내를 넘어 전광판과 인터넷 등을 통한 화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재해유형별 대응책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구난대책도 초보단계를 맴돌고 있다. 8일 오전3시20분 중랑천변에는 긴급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아 주민들은 '알아서' 수장 (水葬) 위기를 피해야만 했다.

도시보다 자연재해 가능성이 큰 국립공원 등의 대단위 위락시설 위기관리능력은 더욱 문제다.

지리산 일대에 폭우가 내릴 때 대원사.뱀사골.피아골 일대에 설치됐던 조기우량 (雨量) 경보시스템은 출력이 낮아 제구실을 못했고, 이동통신도 중계탑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구조.구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주요 하천마다 CCTV까지 설치해 물의 양과 흐름을 판단하고 침수시 유형별로 대피 프로그램을 가동 (稼動) 하는 일본과 대비가 된다.

지리산 수해실태를 현장조사한 국립방재연구소 조원철 (趙元喆) 소장은 "산악에서는 계곡별로 홍수도달거리가 달라 재해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호우량은 물론 유출특성도 고려한 긴급대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음성직 전문위원, 문경란·장세정·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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