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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끝내자]3.인프라건설에 수방개념 보강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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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비만 오면 불통되는 인프라는 설계부터 문제다.

서울시는 중추신경망인 동부간선도로.올림픽대로를 4년~10년 강우빈도에 '잠수' 토록 설계했다.

간선도로 주요교차로 지하차도는 매년 침수되는 곳이 많지만 자동감지시스템 하나 없어 빗물을 제때 퍼내지 못한다.

올림픽대로는 일부는 제방을, 일부는 둔치를 이용해 축조한 도로다. 이번 홍수에 둔치부분 도로는 모두 잠겼다. 도로를 높일 수는 없었을까. 서울시 담당자는 "돈.미관.주민반대 때문에 못했다" 지만 핑계라는 지적이 많다.

80년대 후반 서울시가 중랑천에 동부간선도로를 축조하려 하자, 건설부는 "하천내 아스팔트 길은 빗물 침투를 막고 유속 (流速) 을 빠르게 한다" 며 극력 반대했다.

서울시는 "우선 둔치를 이용하되 97년까지 3차선, 2000년까지는 5차선의 고가도로를 양방향으로 건설하겠다" 는 대안을 냈다.

건설부는 그 고가화를 조건으로 동부간선도로를 허가했지만 (90.7월) , 서울시는 "1년에 3, 4일인데 엄청난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 며 넘어가고 있다.

지천 (支川)에도 구조물이 들어서 폭을 좁히고 유속을 빠르게, 수위를 높게 하는 곳이 많다. 북부간선도로를 건설하며 홍제천에 수십개 교각을 세워 이번 홍수에 제방일부가 유실되기도 했다.

지하철엔 환기구를 통해 빗물이 스며 들었다. 1~4호선의 환기구 9백49곳 중 백28곳이 지상보다 낮다. 지하철공사는 "미관.상권등 주민반발 때문에 낮게 설치했다" 는 답변이다. 시민안전이 상가주민 민원에 볼모가 된 셈이다.

서울을 비롯 대부분 도시의 인프라는 이처럼 급속한 도시팽창, 고도 토지이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계획적으로 부실한 싸구려 구조물을 건설하는 경우가 많고, 유지보수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도로도 설계를 잘못한 곳이 많다. 홍수위를 감안하지 않고 지대가 낮은 계곡옆을 따라 도로를 놓는다. 교량은 하천폭이 가장 좁은 곳에 놓고, 설계강우빈도를 주변지세.토지이용보다는 교량길이에 따라 '소교량 = 50년빈도' 등으로 결정한다.

심지어는 주민에게 "물이 제방을 넘은 적이 있느냐" 고 물어 결정하는 사례도 흔하다. 건설비를 아끼는 설계때문에 비만 오면 전국 도로는 곳곳이 유실되고, 산사태.교량파괴가 잇따른다.

게다가 복구는 원상회복에만 그친다.

그러나 떠내려간 다리를 그 자리에 다시 놓기 보다는 위치를 옮겨야 다음엔 피해를 줄인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교량의 위치.구조.세굴등 모든 요소를 '하천시설구조령' 에서 다룰 정도로 엄격하다.

음성직 전문위원.문경란.장세정.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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