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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노래의 두 모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솝 우화' 속의 '개미와 베짱이' 와 '트럼펫 연주자' 의 두 이야기는 노래가 가지는 두가지 대표적 기능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유희, 즉 놀이의 기능을 보여주는 '개미와 베짱이' .개미들이 여름 내내 땀 흘리며 겨울에 쓸 양식을 마련하는 동안 베짱이들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만 부른다.

마침내 겨울이 다가와 양식이 떨어진 베짱이는 개미를 찾아가 양식을 꾸어달라고 간청하지만 개미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우리 개미는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는다네. "

다음은캠페인의 기능을 보여주는 '트럼펫 연주자' .독전 (督戰) 의 역할을 맡은 트럼펫 연주자가 전쟁중 적군에게 사로잡히자 자신은 무기라고는 트럼펫밖엔 없고, 단 한사람도 죽인 적이 없다며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적군의 장교는 쌀쌀하게 이렇게 말하며 그를 사살한다.

"물론 자네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지만 자네의 트럼펫 소리에 용기를 얻은 자네의 군사들이 얼마나 많은 우리 군사들을 죽였겠나. " 노래가 가지는 강력한 기능을 보여주지만 물론 이 두 개의 이야기는 그 기능의 긍정적 측면을 시사하는 게 아니다.

'개미와 베짱이' 에서는 삶의 기본을 무시한 채 노래의 즐거움에만 몰두한 결과의 참담함을, '트럼펫 연주자' 에서는 노래가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엄청난 결과다.

노래는 때와 장소, 곧 시간적.공간적 효용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즐거워서부른다고 해도 그 노래가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술취한 사람이 한밤중 거리를 지나며 악을 쓰듯 불러대는 노래는 다만 소음 (騷音) 일 뿐이며, 누군가 초상집에서 유행가를 불렀다면 미친 사람 소릴 듣기 십상이다.

요컨대 노래란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데 어제와 그제 이틀간 신문 사회면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 노래에 관한 두 기사는 노래의 그런 본령과는 사뭇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수해가 막심한 경기도내 일부 자치단체들이 음악회를 열거나 열 계획이라는 기사, 그리고 서울의 한 경찰서가 탈옥수 신창원의 인상착의.변장술 등을 내용으로 한 노래를 공모하고 있다는 기사다.

초상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격이요, 목적이야 어떻든 탈옥수를 주제로 한 노래는 가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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