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지킬 앤 하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뮤지컬을 얕잡아 보는 관객도 더러 있다. 왠지 가볍고, 유치하고,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쇼'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버리고 싶다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나 보시길. '뮤지컬에도 혼을 적시는 고뇌와 가슴을 저미는 애환이 배어나는구나'란 깨달음이 뒤통수를 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스릴러 뮤지컬'이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에 애잔한 로맨스를 가미했다.

막이 오르자마자 객석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지킬과 하이드 역을 맡은 조승우(사진) 때문이다. 지킬일 때 그는 '고요함'이었고, 하이드일 때는 '폭풍'이었다. 특히 하이드로 변신하는 순간의 광기는 놀라웠다. 터진 목에서 뽑아 올리는 노래에는 원초적인 야성이 묻어 있었다. 객석은 숨을 죽였고, 몸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승우는 야성의 이면에서 흐느끼는 하이드의 고독함까지 연기와 노래를 통해 진하게 풀어냈다. 극장에서 마주친 공연계 인사들도 "저런 배우는 국내에 또 없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하이드의 연인, 루시역을 맡은 소냐도 지지 않았다. 특히 죽기 직전에 자신의 침대에서 부르는 노래 '뉴 라이프(A New Life)'에는 루시의 절망과 희망이 절절하게 박혀 있었다.

이외에도 군더더기 없이 달려가는 극의 긴박감과 시원하게 꽂히는 사운드도 좋았다. 다만 뮤지컬을 올리기에 너무 넓은 공연장이 극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려 아쉬웠다. 8월 21일까지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5만~9만원, 02-556-8556.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