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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먹는물 대책 국가보위 차원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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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속담에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이 지천 (至賤) 이란 말도 있다.

물만은 흔전만전 쓰고 살았다는 뜻이다.

계곡마다 유리알 같은 맑은 물이 주야사철 흐르고 동네마다 샘물이 철철 넘쳐 풍요를 누렸던 우리가 아닌가.

그 샘물이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물로 느껴져 아낙들의 섬섬옥수를 녹여주는가 하면 여름철에는 찬물이 넘쳐 마을 사람들의 갈증과 땀을 식혀주던 고마운 물이기도 했다.

농사때 참을 마치고 쉬면서 그 찬물 한 그릇을 단숨에 마시면 생기가 절로 나고 요기 (療飢) 까지 되던 물이다.

점심때를 맞아 밥상을 받으면 으레 물이 따르는데 식은 보리밥이나마 그 찬물에 말아 풋고추.열무김치가 좌반으로 입맛을 돋우는데 찬물의 감칠맛이 작용해 한그릇 밥이 순식간에 게눈 감추듯 하였던 것이다.

연전에 필자가 택시를 타고 교외로 나갔을 때 산밑 개울에서 잠깐 쉬면서 기사의 충정을 들을 수 있었다.

10여년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기술자로 파견근무중 이야기인데 온종일 차를 몰며 다녀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삭막한 땅에서 조국의 푸른 숲과 맑은 물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는 이야기다.

새삼 애국심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아 금수강산의 아름다움과 그 소중함을 생각하면 저절로 감사하다는 소리가 외칠 듯 나온다는 것이다.

그 나이 먹도록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에서 살 때는 별로 좋은지 몰랐는데 국외에 나가 보고서 비로소 조국이 좋고 소중함을 깨닫고 보니 지금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견문을 넓힐 겸 철나게 하는 교육으로 이보다 더한 산교육이 없을 것 같으니 국가 예산으로라도 연차적으로 실시한다면 주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요즘 세상을 보면서 생각하면 그 말이 와닿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하수보다는 상수도로 먹는 물 하나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널려 있고 흔하던 물이 공업화 정책 20여년이 지나는 동안에 내다보는 안목이 미치지 못해 먹을 물이 없다고 야단이더니 지하수를 개발, 식수를 상품화해 매매하고 있는데 그 물마저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온통 국토 표면이 오염된 상태이니 땅속인들 남아 나겠는가 말이다.

원래 지하수 개발은 농업용수 전천후 사업으로 시작해 농촌지역에서 지하수맥을 찾아 천공 (穿孔) 하다가 먹는 물 개발 허가다, 온천수 개발 허가다해서 한없는 국토 천공이 이뤄지면서 사전.사후 관리의 불철저로 오염된 지표수가 유입 (流入) 됐으리라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차 계속해 지하 암반 수맥의 물을 퍼올려 몇몇 기업의 이권화를 충족시키고 그 공간에 지표의 오수가 딸려들어가 채워진다는 가공할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그러한 재앙이 국토밑 암반에 채워진다면 세척할 방도가 없으니 천추만대의 죄악으로 남을 것을 생각해 예방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수도를 되살려내야 하는 명분이 서게 되고 상수도 대책을 국정지표 제일로 삼아 먹는 물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은 생명의 원천으로, 식수는 바로 국민건강과 직결되므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하겠다.

그러므로 상수도원 보호는 국토방위 못지 않게 중요한 안보정책으로 다루자는 것이다.

상수도원 수계 영역에는 상비군을 주둔시켜 국토방위 차원에서 관리해 오폐수의 발생 원천을 근본적으로 봉쇄하고 위법자는 특별법으로 치죄 (治罪) 하는 엄중한 조치가 없는한 국민 식수정책은 여망이 없다 하겠다.

기존 행정체계는 타성에 젖어 관리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제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생산된 상수도물이 가정에 들어가서는 세탁하는 물이나 설거지.청소물 등으로 사용됨을 번연히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면서 개선의 의지가 없었던 것을 국민정부는 국정개혁 차원에서 위정지표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미 허가한 먹는 물 생산회사는 점진적으로 업종전환을 유도하고 국민의 기존 물사용 관행의 교양과 계도를 위해 학교와 언론.행정기구를 총동원해 인식전환 대책을 지속적으로 상벌 (賞罰) 을 병행해 경계와 격려로 이끌어 나간다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는 바다.

권오흥(인간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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